전북 현대는 2010년대 K리그1의 ‘절대 1강’이었다. K리그에서 2010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총 11번의 시즌 중 7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리그의 최초 4연패, 최다 우승 등 K리그 역사를 새로 써갔다.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총 9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에는 FA컵까지 차지하며 사상 첫 ‘더블(리그 컵 대회 동시 우승)’까지 해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강희, 조제 모라이스 감독을 보좌했던 김상식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전북 현대에서 은퇴하며 지도자 과정을 거친 그는 전북을 제일 아는 인물이었고, 그가 새 사령탑에 오르자 전북의 전통을 이어갈 적임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전북은 엄청난 기세를 뽐냈다. 리그 13경기를 치르는 동안 8승 5무를 거두면서 무패 행진을 달렸다. 라이벌 울산 현대, 수원 삼성 등을 제치고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4월 18일 성남 FC전 이후 전북 현대는 FA컵 포함 공식전 8경기에서 4무 4패에 그치는 등 승리를 거두질 못했다. 최근 좋은 폼을 자랑하는 울산과 수원에게 패배하는 등 라이벌들을 상대로 끌려다녔다.
특히 지난달 26일 FA컵 3라운드에서 K3(3부리그) 소속 양주시민구단에게 승부차기 끝에 당한 패배는 충격 그 자체였다. 3부리그 팀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질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1강’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김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전북이 팀 컬러를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강희 감독 시절에는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해 많은 골을 넣어 ‘닥공(무조건 공격)의 팀’이라고 불렸다. 모라이스 감독 시절에는 빌드업 축구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한 팀 컬러가 없어 이도저도 아닌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까지 전북을 상대로 라인을 끌어내리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꺼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수비를 펼치면서 전북에 대등하게 맞선다.
김 감독이 부임 전 내세운 ‘화공(화끈한 공격)’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전북은 첫 10경기에서 23골을 넣은 반면 최근 5경기에선 4골에 그쳤다.
노쇠화된 스쿼드도 전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북은 이제껏 유망주를 키우질 않고 즉전감 선수들을 영입해 성적을 내던 구단이다. K리그 내에서 가장 화려한 로스터를 자랑하던 구단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경기력이 이전만 못하고 있다. 이용(35), 최철순(34), 홍정호(32), 최보경(33), 김보경(32), 한교원(31), 최영준(30), 김승대(30), 정혁(35) 등 주전급들 대부분이 30대다.
올 시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쉴틈 없는 일정이 이어지자 30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특유의 빠른 축구가 무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승기. 이주용, 최철순 등이 부상으로 현재 경기에 나서질 못하고 있다.
전북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유현, 백승호 등을 영입했지만 이들은 아직 팀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고 주전 경쟁에서 밀린 모습이다. 이외에 이성윤, 이지훈 등 전북의 U-22(22세 이하) 자원 활약은 미비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전북이라는 거대한 성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 다른 팀들을 막아내질 못하는 모습”이라며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 전북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도 나선다. 쉴 틈이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더 미끄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 최근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지갑을 풀어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 사사락을 영입했다. 여기에 추가 영입을 준비하는 중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2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뒤 “여름 이적 시장에 부족한 부분을 구단과 상의해 보강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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