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G조 최종전에서 2대 3으로 패했다.
베트남은 UAE(승점 18점)에 밀려 조 2위(승점 17점)로 떨어졌지만, 각 조 2위 상위 5개 팀에 주어지는 최종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의 최종 예선 진출이다.
박 감독은 국내 매체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과 안 만나는 게 좋다.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하늘의 듯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부담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최종예선에서 한 수 위 팀들과 어떻게 경쟁할지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망신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도 아시아 정상 팀들과 겨뤄 자신의 평가를 받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시작하는 월드컵 최종예선은 12개국(한국, 일본, 호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UAE, 중국, 시리아, 오만, 이라크, 베트남, 레바논)이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 중 각 조 1-2위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각조 3위 국가 간 맞대결을 통해 승리한 팀이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마지막 티켓을 노린다.
FIFA 랭킹이 높은 일본(28위)과 이란(31위)이 톱 시드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2시드가 유력한 한국은 7월 1일 예정된 최종예선 조 추첨 결과에 따라 베트남과 한 조에 묶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역대 전적이 16승 6무 2패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지난 2017년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역대 첫 준우승을 이끌며 '박항서 매직'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첫 4강을 이끌었고, 그해 스즈키컵에서는 10년 만에 정상으로 이끌었다.
박 감독의 매직에 감명받은 베트남 축구 팬들은 그에게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빗대 '쌀딩크'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당시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다.
박 감독의 지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2월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을 이끌었고, 올해에는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이끌었다.
박 감독은 “뿌듯한 것보다 영광이다. 한국과 붙게 된다면 저희 입장에서 도전해보는 것이다. 한국과 하게 되면 많은 사람은 관심이지만, 한국이 강팀이고 조국이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손흥민과 황의조 등은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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