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3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엄원상의 중거리슛 득점에 힘입어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최종점검에 들어갔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상대로 최종 점검을 가지고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한다.
이 중 가장 치열한 포지션은 2선 공격형 미드필더다. 현재 이 한 자리를 두고 울산 현대의 이동경과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선수는 왼발잡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두 선수는 김학범호에서 뛴 시간이 크게 차이난다. 이동경은 이날까지 23세 이하(U-23) 대표팀 13경기에 출전해 10골을 기록했다. ‘2020 도쿄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주축으로 뛰며 한국의 본선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이강인은 김 감독 체제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질 못했다.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서 소집되면서 김 감독과 호흡할 시간이 적었다. 지난 6월 가나와 2차전이 올림픽 대표팀 첫 경기였다.
이날 스타팅으로 나선 선수는 이동경이었다. 경기 초반 아르헨티나의 공세에 이동경의 존재감이 크진 않았다. 이동경은 이날 이동준(울산)이 제로톱으로 나서면서 최전방 자리에도 올라가 공격을 시도했고, 3선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34분에는 이동경이 직접 골을 만들었다. 김동현이 상대 수비와 경합에서 공을 지켜낸 뒤 설영우가 연결한 패스를 이동경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시원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때리는 순간 골이라고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불어 이동경은 이날 코너킥을 전담하며 후반 13분 이강인과 교체될 때까지 여러 차례 한국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해 분투했다.
후반 13분 이동경을 대신해 투입된 이강인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강인은 최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는 데 집중했다. 3선까지 내려오면서 빌드업에 관여했다. 정확한 왼발로 측면 공간에 볼을 뿌리면서 공격 전개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2년 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찰떡 궁합을 자랑했던 엄원상과 여전한 호흡을 보여줬다.
탈압박 능력도 눈에 띄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가 이강인을 마크하러 뛰쳐 나오면 빠르게 공을 전환하면서 기회를 만들어냈다. 공간이 열리면 과감하게 슛을 시도했고, 후반 추가시간 직접 중거리슛으로 코너킥을 얻어낸 뒤 직접 처리해 엄원상의 동점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36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강인은 한국 축구의 최고 유망주다운 임팩트를 남겼다.
두 선수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김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학범호는 오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랑스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다음 경기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누가 나올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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