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개편, “연령별 기회 평등” VS “필요한 사람 먼저”

청약제도 개편, “연령별 기회 평등” VS “필요한 사람 먼저”

정부 청약제도 개편에 연령별 입장 벌어져
전문가, 청약제도 개편 기준 '연령' 부적합

기사승인 2021-08-31 06:00:35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청년도 집이 필요하지만 집값이 너무 뛰어 내 집 마련할 기회가 없습니다. 주택 마련 길은 청약 밖에 없는데 가점제는 가입기간과 가족 수에 비례해 점수가 매겨져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특공도 가족이 있어야만해 청년들에게 불리하죠” (서울 역세권청년주택 거주 30대 초반 청년)  

“미혼 청년보다 애 키우는 40~50대 가정에 내 집 마련 기회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집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해야지, 선거 앞두고 젊은이들 유리하게 청약제도 개편하는 것은 장난치는 겁니다” (서울 전세 거주 40대 중반 가장)

당정이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젊은 세대를 위해 청약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약 기회를 연령별로 평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반면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이들을 중심으로 주택이 우선공급되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청약제도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젊은 층의 청약 당첨 기회가 적다는 판단에 따라 특별공급 제도 개편을 통해 당첨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을 미혼으로 완화하거나, 소득기준을 낮추는 방안, 특별공급 비율을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내부에서는 청년층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흘러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지난 6월 신규 주택을 공급할 때 연령대별로 균등한 기회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청약을 통한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적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에 비례해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당첨 확률이 낮았다. 여기에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가족을 이룬 이들만 신청이 가능해 1인 가구가 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자녀가 없으면 당첨이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당정은 청약에서 희망을 잃은 청년층의 ‘영끌매수’, ‘패닉바잉’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해친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젊은 층의 주거 문제가 결혼과 출생 등 사회문제로 까지 확대된 점도 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정의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도 거세다. 특히 40~50대 기성세대에서 당정의 청약 제도개편에 불만이 크다. 기성세대에서는 젊은 층의 당첨기회 확대로 4050세대의 당첨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실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 분양 주택 당첨자 중 절반, 공공주택(5년·10년 분양 전환 포함)의 당첨자는 60.7%가 2030세대였다.  

4050세대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면 청년들 보다 내 집 마련을 더 오랜 기간 기다리고, 필요성이 더 절실한 40~50대에게 먼저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보다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 가구를 국가가 먼저 지원하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 개편을 두고 벌어진 세대간 입장차이에 따라 개편의 방향이 적합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이 필요한 사람은 20대나 40대, 어느 연령대에도 있다”며 “주택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만 보는 현 가점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억대 자산을 가지고도 무주택자라는 이유로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점제에 재산규모 등 좀 더 세부적인 평가 요소를 반영해 연령과 상관없이 주택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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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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