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과 갈등(葛藤)이론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과 갈등(葛藤)이론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10-14 17:37:11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교통사고(1955년 9월 30일 오후 5시 45분)로 24세라는 짧은 생애를 마감한 제임스 딘. 생전에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고, 그 중 두 편은 죽고 나서야 개봉되었지만, “살아서는 청춘의 우상이었고, 죽어서는 신화”가 되어, 영원한 젊은이로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늘은 그가 첫 주연을 맡았던 <에덴의 동쪽(East of Eden, 1955)>에서의 우수와 반항 끼 어린 모습으로의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칼(제임스 딘)과 아론(리처드 더벌로즈)은 형제이면서도 성격이 대조적이다. 형 아론은 양순하고 모범적이지만 동생 칼은 거칠고 난폭했다. 어느 날 칼은 창녀촌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 마담인 생모를 만나 자신의 성격이 왜 이렇게 못됐는지 알게 된다. 또한, 아버지 아담(레이몬드 머시)이 생모의 정체를 알면서도 숨기고 근엄한 사업가로 처신해온 사실을 알게 된다. 칼은 아버지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 한편, 아버지를 동정하게 된다. 그는 아버지의 환심을 사서 사랑을 받고자 노력한다. 전쟁이 터지자 식량난이 올 것을 예상하여 콩을 재배, 큰돈을 마련하여 아버지 생일 선물로 내놨다가 오히려 미움을 받는다. 이때의 찢어지는 심정은 “사랑 받지 못한다는 건 너무 가혹해. 세상에서 가장 최악 일거야”라고 표현된다.

형만 사랑하는 아론에 대한 반발로, 칼은 아론이 생모를 만나게 해준다. 형은 충격을 받고 군에 입대하고,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쓰러진다. 형의 애인이던 에이브라(줄리 해리스)는 칼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병상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에이브라는 칼 대신 아버지에 대한 칼의 진심을 눈물로 호소함으로써, 죽어가는 아버지가 칼을 용서하도록 만들어 준다. 아버지는 칼에게 “다른 사람은 할 필요 없다.” “네가 곁에서 나를 돌봐다오.” 그리고 에이브라에게 칼을 곁에서 돌봐 달라고 부탁한다.


이 영화는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의 과정을 보여준다. 갈등(葛藤, conflict)이란 용어는 라틴어 ‘conflictus’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힘으로 맞부딪친다(striking together with force)’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한자로 갈등에서 葛자는 ‘칡’을 뜻하며, 藤자는 ‘등나무’를 뜻하므로, 갈등은 ‘칡덩굴과 등덩굴의 얽힘과 같이, 일이 뒤얽히어 풀기 어렵게 된 상태’를 뜻하며, ‘서로 다른 입장, 견해, 이해관계 등으로 발생하는 불화’를 뜻한다.(전광진, “생활한자, 493, 葛藤(갈등)”, 조선일보, 2000. 9.30. 참고) 갈등은 개인 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조직 간 갈등(부서 간 갈등), 빈부격차에 따른 경제적 갈등, 노사 간의 갈등, 지역갈등 등 그 예는 수없이 찾아 볼 수 있다.

인간은 신의 선물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남으로써, 갈등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며, 이에 어떻게 대처하여 발전적인 것으로 바꿔야 할 것인가가 우리들의 숙제다. 이러한 갈등은 개인 간의 목표나 가치관의 차이, 한정된 자원과 분배의 문제, 조직 내의 역할과 그 모호성, 의사소통의 장애 등에 의해 발생한다. 한 마디로 갈등은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투쟁에서 비롯되므로, 갈등해소는 서로 나눈다는 마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즉, 우리의 삶은 가장 소중하고 기쁜 것이며 가장 귀한 것이므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상호신뢰는 갈등해소의 귀중한 덕목이 될 것이다. 영화의 원저자 존 스타인벡(1902~1968)은 '에덴의 동쪽'에서 ‘인간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하며, 사랑이 거절될 때 죄를 저지르게 되며, 선악의 그물 속에 얽혀 있는 존재(단적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이므로 불안전한 존재’이지만, 서로간의 진정한 마음을 이해함(인간의 자유의지)으로써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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