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3개 단체는 정부의 원격의료 확대 계획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허용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체는 보건의료 분야를 수익 수단으로 접근해 과도한 의료이용과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의·약사들의 시각이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이유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허용범위와 제재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탓에 수많은 영리기업이 플랫폼 선점을 위해 무차별 진입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들 기업은 과도한 의료이용을 조장하고 불법적인 의약품 배송을 일삼고 있음에도 정부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며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른 산업계와 구분되는 보건의료분야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능단체 대부분이 표명한 반대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비대면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는 것은 국민 건강권·생명권보다 수익창출 극대화를 우선순위 목표로 둔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원격의료의 안전성이나 효과성을 두고 충분한 검증이나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인 비대면 의료와 투약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보건의료를 국민건강과 공공성의 가치보다 산업적 측면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그동안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모바일 기기를 통한 환자의 자가 정보 전송 △전화처방 △의약품 배달 등 원격의료 현안에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편의성 향상을 목적으로 환자 대면원칙을 훼손하면 복약지도 무력화, 의료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플랫폼 업계는 의료계 견해와 정 반대로 확장됐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해 3월부터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고시하고 한시적으로 비대면 처방·조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고시에 근거해 진료·조제 과정에 적용될 수 있는 원격 및 배달 서비스 업체가 속속 등장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13개 업체가 모여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에 ‘원격의료사업협의회’를 출범했다.
정부는 비대면·원격 의료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앞서 6월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규제챌린지 민관회의에서 선정된 1차 과제 15개 가운데는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과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이 포함됐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자유특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와 보건의료계 입장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단계적 일상회복 전략도 비대면 서비스를 비중 있게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원격 모니터링, 비대면 진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증상·경증 환자를 관리하고, 증상악화 환자는 조기에 찾아내 중증화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원격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재택치료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기존 생활치료센터는 점차 축소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대면 원칙을 준수하면서 ‘보완재’로서 비대면·원격 의료를 도입하는 구상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서 벽지, 교정시설 수용자, 군인 등 특정 환경에 놓인 환자에게만 의사의 판단 하에 비대면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8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산업활성화가 아닌, 보건의료정책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는 입법원칙을 전제했다.
최 의원은 “산업활성화에 초점을 둔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대상까지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276만건이나 실시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통해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의료접근성을 향상하고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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