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30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방역 대응 및 국민 건강 지원’을 주제로 내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연착륙’ 전략을 펼 계획이다.
3차 접종 가속화… 이상반응 피해보상 확대
정부는 적극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과 중증화·사망을 예방할 방침이다.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내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9000만회분 구매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화이자 6000만회분 △모더나 2000만회분 △SK바이오사이언스 선구매 1000만 회분 등 총 2.6조원 규모다.
3차 접종도 계속해서 권장할 방침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고, 중증 환자 발생을 예방을 위해 18세 이상 국민에 대한 3차 접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3차 접종간격을 2차 접종 후 4·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고령층 현장 접종도 집중 실시 중이다. 내년 1분기 중으로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3차 접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소아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5~11세까지 예방접종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제약사의 허가, 국외 동향,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해 접종계획을 검토하겠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국외와 마찬가지로 접종하지 않은 소아에서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소아접종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반응 대응에도 역량을 투입한다. 정부는 의료계, 전문학회 등과 협력해 접종 후 이상반응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위원회에서는 중대한 이상반응 신고자료를 심층분석하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인과성 평가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담 콜센터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제공도 활성화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방침이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피해보상 효율화도 추진한다. 소액 심의의 경우 각 시·도지사에게 보상 결정권을 위임해 보상을 신속히 처리할 방침이다. 인과성이 불충분 환자 사망자 위로금 항목을 신설하고, 의료비 지원 한도를 상향하는 등 이상반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인과성 불충분 사망자를 대상으로는 1인당 5000만원이 지급된다. 의료비 지원 한도는 기존 1인당 1000만원에서 3000천만원으로 상향했다.
항체치료제 공급 확대… 경구치료제 100만명분 확보 추진
코로나19 치료제를 활용해 경증 확진자의 중증화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개발 항체치료제의 공급 대상 기관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의료기관에만 국내 개발 항체치료제가 공급됐지만, 지난달 23일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요양·일반병원, 생활치료센터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달 8일부터는 노인요양시설로 공급 대상이 확대됐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신속공급체계도 최근 가동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치료제를 주말을 제외한 날에 익일 배송하는 시스템이 운영됐다. 이달 14일부터는 노인요양시설 등 치료제가 긴급히 필요한 기관을 대상으로 권역별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직접 공급방식으로 변경됐다.
알약 형태로 복용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재택치료환자, 감염병 전담병원 입원환자 등에 공급해 환자의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고, 의료·방역체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해외 제약사들과 100.4만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물량은 총 60.4만명분으로 MSD의 ‘몰루피라비르’ 24.2만명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36.2만명분 등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한 상태다. 다만, 몰누피라비르 승인 여부와 시점은 아직까지 예측할 수 없다. 류 제2차관은 “MSD사 제품 검증에도 심사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석 식약처 차장 역시 “ MSD사의 치료제 관련해서는 저희 식약처에서 심사 역량을 총동원해서 점검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긴급사용승인에 필요한 자료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조금 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체계·의료기관 지속가능성 확보… 백신 개발 지원
지속가능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인력 관리 방안도 고안했다. 우선, 이원화해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의 기능을 통합하고, 검사정보 시스템을 개선해 진단검사 관련 업무를 효율화할 방침이다. 역학조사에 활용되는 정보연계를 강화하는 디지털 추적 기법을 적용해 역학조사 정보수집의 정확성과 신속성도 향상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이용내역, 법무부 출입국 기록 등의 정보 수집을 전산화 하면, 자료 수집 시간이 기존 1∼2일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정부와 보건의료노조의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감염관리수당도 지급된다. 보건의료인력의 사기진작 및 처우개선을 위해서다. 지급 대상은 코로나19 환자 입원·치료 병상에 근무하는 인력 약 2만명이다. 의료기관에 대한 인력지원과 보상도 예정됐다. 류 제2차관은 “병상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력 지원과 손실보상을 병행하겠다”며 “군의관, 공중보건의, 중증환자 전담간호사 등을 중환자 진료병원에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업무 수행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충분히 보상하고, 코로나19 업무 종료 이후에도 운영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간까지 감안하여 손실보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장기적인 감염병 위협을 고려해 국가 방역 역량도 강화한다.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백신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원하고, 국내외 협력을 통해 mRNA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신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민간 기업이 기피하는 백신 개발을 위해 감염병 연구개발(R&D)에 전주기적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 등 신변종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기술 개발 및 비임상 연구를 확대한다. 임상연구 상시 협력체계도 구축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신규 허브에 참여해 감염병 정보 및 물질을 공유하고, 아세안 감염병 대응·기술협력을 확대하는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독일 베를린 소재 WHO 허브에 인력을 파견하고,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잠재적 판데믹 물질 공유 바이오허브에 참여할 계획이다.
신종감염병 대응 시스템을 통합해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감염병시스템과 검역시스템을 통합해 확진 후 사후관리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모바일 역학조사와 전자의무기록(EMR)를 연계하는 등 입력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도입한다. 통합 시스템이 구축되면 코로나19 관련 정보(확진자, 예방접종, 이상반응 등)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감염병 대응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PV백신 무료접종 확대… 항생제 관리 강화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일상적 질병에 대한 국민건강 보호 방안도 개선에 나선다. 찾아가는 결핵 검진 및 상시 검진 센터를 운영하고, 보건·복지 통합 서비스를 지원해 취약계층 결핵환자에 대한 검진·치료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치료비·간병인·이송비·영양간식 등 필요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사업 ‘결핵안심벨트’ 참여기관을 올해 12개소에서 내년 14개소로 확대한다.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지원 대상도 확대할 예정이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90%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접종 비용이 고가였기 때문에 보편적인 접종이 어려웠다. 정부는 올해 만 12세 여아만 지원했던 무료접종을 내년부터 만 13세 ~ 만 17세 여아와 만 18∼26세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여성까지 확대했다.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항생제 사용관리 운영지침을 마련해 의료기관의 적정한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등 의료안전 관리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실태조사는 지난 9월부터 내년 6월까지는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향후 요양병원과 의원까지 순차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도 지속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영향을 검토하는 등 건강·질병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축적해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확대 및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비 지원 대상 희귀질환은 올해 1086개에서 내년 1123개로 확대된다.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할 예정이다. 이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제1차 기후보건영향 평가 결과를 통해 공표된다. 평가 결과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질병관리정책 수립에 활용된다. 아울러 정부는 국가바이오 빅데이터 사업도 가속화한다.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개인별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방법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는 내년까지 데이터 구축을 위해 희귀질환자를 비롯한 참여자를 2.5만명 규모로 모집할 계획이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