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 못 이룬 기억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쌓아온 걸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2022년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숫자 ‘2’로 이뤄진 해입니다. 신년을 맞아 쿠키뉴스 대중문화팀이 인생 2회차를 시작하는 대중문화인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결심한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2011년 온 국민이 주목하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그룹으로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드라마 같은 성공 신화를 뒤로하고 자신만의 길을 택했다. 자신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소속 팀을 탈퇴하고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부단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10년이 지나 2021년, 또 한 번 오디션의 문을 두드렸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에 참가한 울랄라세션 출신 가수 겸 배우 박광선 이야기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경연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선 적은 있지만, 도전자로 출전한 건 우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잘해도 본전이었다. 그럼에도 ‘박광선’ 이름 석 자를 세상에 다시 알리고 싶었다.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그에겐 도전이었다. 누군가에겐 그의 이야기가 희망으로 닿을 수 있을까. 새 도약을 앞둔 박광선에게 도전의 의미를 들어봤다.
- ‘국민가수’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지금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누나 팬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관심을 보내주는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어요. 유튜브로 김장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팬분들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나눠드렸죠. 즐거웠어요. 하하.”
- 오디션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두 번째 도전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마쳤죠.
“도전한 이유는 단순했어요. 솔로 활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동안 뮤지컬과 영화 위주로 활동하고 방송에 얼굴을 안 비췄어요. 그러다 보니 대중 기억 속에는 제가 아직 울랄라세션에 머물러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광선이 누군지, 뭘 하는 사람인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의도대로 된 것 같아 만족해요.”
- 예선과 데스매치, 팀 무대가 공개될 때마다 ‘역시 박광선’이라는 반응이 나오곤 했어요. 여전히 무대를 잘한다는 칭찬도 많았죠.
“최선을 다해도 아쉬움은 늘 남아요. 그래도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어요. 사실, 예선 무대가 정말 떨렸거든요.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여러모로 긴장됐죠. 그래도 저답게 무대를 마친 것 같아요. 늘 위트 있는 무대를 지향해요. ‘국민가수’에서 제가 준비한 무대는 다 만족스러웠어요. 숯 속의 진주들 무대는 특히나 더 기억에 남아요. 곡 순서, 무대 장치, 안무, 동선 모두 제가 주도해서 만들었거든요. 팀원들의 매력도 살고, 조회 수도 잘 나와서 뿌듯했어요.”
- 10년 만에 서본 경연 무대는 어땠나요. 중압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의미부여를 하진 않았어요. 모든 무대가 제게는 똑같거든요. 무대에 선다는 게 좋을 뿐이었죠. 무대는 단거리 경주라 생각해요. 지금 내가 가진 페이스만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완주하거든요. ‘국민가수’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완벽한 무대를 보여서 심사위원에게 좋은 점수를 받자’는 걸 목표로 삼았어요. 경연무대는 신성하니까요. 풀어진 모습보다는 최선을 다하며 경연다운 무대를 해내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 흔히 두 번째 도전을 꺼리는 건 이전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서죠. 이번 도전에서는 어떤 결과를 원했나요.
“바라는 바는 명확했어요. 10위권 내에 들지 않는 것. 무대가 필요하고 기회가 절실한 분들이 톱 10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박광선이라는 존재만 알리길 원했어요. ‘국민가수’에서 생각보다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 게 오히려 의외였어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죠. 좋은 제안도 많이 받았어요.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2011년 Mnet ‘슈퍼스타K3’에 울랄라세션으로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었어요. 10년이 지난 2021년에는 ‘국민가수’에 솔로 가수로 도전했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운이 좋았다 싶어요. 울랄라세션으로 우승했을 때 저는 고작 21살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운이 트여서 모든 게 잘 풀렸죠. 돌아보면 박광선이라는 사람을 더 잘 만들어가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에는 너무 바쁘기만 해서 저 자신을 잘 돌아보지 못했거든요. 제가 과거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잘 기억을 못 하기도 합니다. 옛일이나 매사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지금을 잘살자는 생각이거든요.”
- 도전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겠다 싶어요. 오히려 그래서 두 번째 도전을 잘 마칠 수 있었겠죠?
“맞아요. 전 사실 온갖 분야에 관심을 가져요. 요즘은 주식투자·심리학 공부와 일러스트, 요리에 빠져있죠. 이런 것들이 사실 도전은 아니잖아요. 스스로 좋으니까 하는 거죠. 이 마음이 중요해요. 도전의 반대말은 실패잖아요.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생겨요. 크게 생각지 말고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잘되는 게 있으면 꾸준히 해보는 거고… 이래야 다양한 것들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도전, 실패라는 두 가치만 갖고 인생을 산다면 너무 고달파요. “나 지금 이거 도전할 거야”, “꼭 해낼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원동력과 동기를 찾기보다는, 지금 끌리는 것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망설일 바엔 뭐라도 분석하는 게 낫죠. 망설이기엔 우리 청춘이 너무 짧잖아요.”
- 그렇다면 가장 꾸준히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악이에요. 연기자로 활동할 때도 늘 작곡 공부를 했어요. 앨범 내고 활동하는 걸 떠나서 음악과는 늘 가까이 지내고 있어요. 제 뿌리는 음악이니까요. 유튜브에도 여러 커버 영상을 올리곤 해요. 기회가 된다면 앨범도 낼 생각이에요.”
- ‘국민가수’에 참가하기에 앞서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도 궁금해요. 도전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대중 앞에 자신을 내보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다만 전략적으로 접근했죠. 시청률, 파급력 모두 좋을 것 같았거든요. 발라드 위주로 선곡할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도 고민했어요. 다각도로 생각하다 후자를 택했어요. 밝고 활기찬 캐릭터와 무대를 남기자는 게 목표였거든요. 혼자 서는 무대에선 생각이 많았는데 숯 속의 진주들 무대에선 오롯이 즐기기만 했어요. 경연은 힘든 만큼 보람도 커요. 제가 가진 끼와 캐릭터를 잘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 싶어요.”
-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도전이라는 단어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길 바라요. 본능이 이끄는 대로 선택하세요. 아무런 동기가 생기지 않다면 운동이라도 시작하세요. 하루 30분이라도 산책을 해보세요. 분명 활기가 생길 거예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길 바라요. 실패할까 걱정도 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 새해에 꼭 맞는 조언이네요. 올해 박광선은 어떤 일들을 해나갈 계획인가요.
“좋은 소식으로 곧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준비하고 있는 게 많거든요. 여러분께 얼굴을 많이 비추는 해가 되고 싶어요.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더욱더 좋고요. 제가 밀고 있는 타이틀이 있어요. 이 말로 마쳐볼게요. ‘새해에도, 여러분의 재간둥이 박광선이 되겠습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