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 메뉴를 재현하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식이 어려워진 데다, 전국의 유명 맛집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즐기고 싶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식품업계 뿐 아니라 유통업계까지 RMR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트와 이커머스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RMR 관련 매출은 증가세다. 이마트 가정간편식(HMR) 자체 브랜드 ‘피코크’ RMR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42%, 전체 매출 비중은 6%가량 상승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지난해 판매된 RMR 상품 매출이 전년 보다 5.8배나 증가했다. 마켓컬리에서도 RMR의 매출 신장률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200%를 웃돈다.
RMR은 쉽게 말해 맛집의 이름을 내건 밀키트다. 매장에서 요리사가 만든 수준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되, 기술력을 통해 조리를 간편화한 형태다. 이름난 맛집들의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드는 만큼, 맛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미슐랭 레스토랑부터 지역의 노포까지 다양한 매장과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은 올해 떠오를 외식 트렌드로 RMR 시장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올해 HMR 시장 규모는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RMR의 비중 역시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처럼 RMR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CJ푸드빌은 현재 50여종인 RMR 상품 가짓수를 올해까지 100종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도 300% 이상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CJ푸드빌은 간편식 전문기업 프레시지와 업무 협약을 맺고 1인용 스테이크, 파스타 등 싱글 이코노미를 반영한 레스토랑 간편식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등도 RMR 상품 확대에 고삐를 쥐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HMR 브랜드 '올반'에서 경양식 전문 식당 '구슬함박'과 협업해 RMR 상품 '구슬함박 스테이크' 2종을 내놨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와 협업해 10개 맛집을 선정 한 뒤 RMR로 만드는 프로젝트 '모두의 맛집'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점도 RMR에 진출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밥굽남’ ‘이찬원’ ‘금돼지식당’ 등의 맛집과 손잡고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RMR 상품군을 대폭 늘렸다. 최근에는 퓨전한식 맛집 ‘호족반’과 협업해 상품 4종을 선보였다. 이 같은 RMR 제품은 젊은 연령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GS25에 따르면, 10~30대 소비자의 구매 비중이 80.5%에 이른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PB) '요리하다'를 통해 레스토랑 간편식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출시된 부산 명물 다리집 떡볶이는 출시 1주일 만에 전체 롯데마트 간편식 제품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말에는 쌀국수 맛집 미분당 간편식 상품을 출시하는 등 앞으로도 유명 음식점과 손잡고 다양한 PB 간편식을 내놓을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간편식 수요가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면서 “RMR은 기존의 HMR보다 다양한 맛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업계 외에 호텔과 식품업계도 RMR 제품을 쏟아내면서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