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간편 결제 시스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흔히 ‘○○페이’로 불리는 것들이다. 간편 결제는 모바일 기기에 신용카드나 계좌번호 등의 결제정보를 등록해 비밀번호 입력, 지문인식만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한 방식이다. 초기에는 이커머스 위주로 도입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조54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1년 전보다 17.5% 증가한 12조4978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쇼핑 거래액 비중은 75.5%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온라인쇼핑을 하는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엄지족’인 셈이다. 이런 추세에 간편 결제 시스템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IT 기업을 비롯해 신세계 쓱페이, 롯데 엘페이, 쿠팡 쿠페이,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 등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이 업종 간 경계를 넘어 접전 중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기반 매장들도 간편 결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이마트는 애플리케이션(앱)에 간편 결제 기능인 ‘이마트 페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기존에는 앱에 결제 기능이 없어 결제와 쿠폰 적립 등 혜택을 따로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동시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패션 계열사를 갖고 있는 이랜드도 이달 출시한 통합 멤버십 서비스 ‘이멤버’에 간편 결제 서비스 ‘E페이’를 탑재 했다. 아직 베타 서비스 단계로 이랜드 계열의 유통사업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이랜드는 이를 온라인으로 사용처를 확장하고, 올해 내로 신용카드를 탑재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E페이를 외식, 호텔, 패션 등 계열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이 간편 결제 시스템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고객의 쇼핑 패턴을 빅데이터화해 ‘맞춤 마케팅’을 구현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고객들을 가둬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고객 구매정보의 대부분이 카드사로 향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기존 플레이어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롯데는 지난달 기준 엘포인트·엘페이 회원 수가 4140만명, 월간 이용자 수도 1050만명에 달했다. 신세계의 쓱페이와 계열사가 된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의 가입자 수는 각 900만명, 1650만명을 기록 중이다. 이외에도 배달의민족 배민페이, 11번가 SK페이, 페이코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간편 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1455만건, 이용액은 4492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보다 각각 44.4%, 41.6% 증가했다.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계속 확산하면서 전자 금융업자를 통한 간편 결제 이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업계는 승자가 뚜렷하지 않은 간편 결제 시장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을 점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결제가 높지만 온라인 편의성이 다소 낮고, 유통업체 서비스들은 내부 쇼핑몰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낮다”라며 “간편 결제 시스템들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만큼, 한계점들도 각각 지니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대면 시대 고객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여러 ‘페이’들이 생겨나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는 살아남은 몇몇 자체결제시스템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