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2년 전인 2020년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완화안이 추진되면서 경우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절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지난 3월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재산세 과세표준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보다 한단계 더 낮춘 목표치를 설정한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인상해 삼중, 사중의 부담을 지웠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추가로 하향해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꾸준히 올라가면서 종부세 부담이 가중됐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19.05%, 올해 17.22%까지 급등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19년 85%에서 2021년 95%까지 인상됐고 올해는 100%까지 올라갈 예정이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2년 주택 공시가격과 보유세제 논의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종부세는 212.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2020년 연평균 증가율은 46.0%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공시가격 상승 및 세법개정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완화 방안으로는 2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먼저 2020년 수준으로의 공시가격 환원하는 방안이 있다. 보유세 산정의 기본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것. 다만 해당 방안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인 만큼 난관이 예상된다.
이에 공시가격을 2021년 수준으로 하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100% 범위 내에서 정부 단독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75% 수준까지 낮추게 된다면 2020년 수준으로 세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이 실제 시행될 시 종부세 부담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시가 25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만 63세, 7년 보유)의 종부세는 2021년 공시가격 적용 시 244만원이다. 2020년치를 적용할 경우 81만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다.
다만 완화안이 일시적인 대책에 그친다면 향후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엔 별다른 추가 조치가 없는 한 2023년 공시가격을 적용해야 하고 한꺼번에 3년치가 오르는 공시가격 탓에 세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 감면에 대한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준도 없고 선례도 없을 경우 ‘내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된다. 추진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