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서울 성동구 한 주유소. 이 곳은 성동구에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주유를 하기 위해 차량들이 대기 중이었다. 이날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132.59원을 기록한 가운데 해당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84원 정도 싼 2049원이었다.
국산 준중형 세단을 5년째 몰고 있다는 김모(31·남)씨도 주유를 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기름통에 기름을 꽉 채우지 않는 편인데 기름값이 더 오를까봐 꽉 채울 예정”이라며 “요즘 기름넣기가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전국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ℓ)당 2000원대를 훌쩍 돌파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6.63원 오른 2080.93원이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7.58원 상승한 리터당 2082.47원이다. 경유 가격은 전날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데 이어 이틀 연속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다.
석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고 있고,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각국 제재가 이어지면서 수급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시행했던 도시 봉쇄 완화와 미국 드라이빙 시즌(6∼8월) 도래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기피심리, 오펙 플러스(OPEC+)의 제한된 증산, 석유재고 부족, 계절적 성수기 진입이라는 환경은 고유가 국면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저렴한 주유소 찾아 ‘삼만리’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2030 세대들은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모(35) 씨는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주유소를 이용 중이다. 집 근처에도 주유소가 있지만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더 저렴한 가격에 주유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씨는 “거리는 있지만 리터당 50원 정도 저렴해 거리가 멀어도 이 곳에서만 주유하고 있다”며 “한 번 갈때마다 풀로 채워서 온다”고 말했다.
지역내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위해서는 ‘오피넷’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오피넷은 전국 1만3000여개 주유소와 충전소 실시간 가격을 제공하는 유가 제공 서비스다. 주변 주유소와 지역별 주유소, 고속도로 주유소는 물론 요소수 주유소, 면세유 주유소나 불법행위 주유소 확인, LPG 용기 판매점 등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거주지에서 5km 이내 반경이라면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튼튼한 다리로 걸어다니기…카풀 적극 활용
치솟는 유가에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서 차를 가지고 나오기가 두렵다”며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며 가까운 거리는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차 한 대로 함께 통근하는 ‘카풀’족도 있다.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게임회사에 다니고 있는 안모(30) 씨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 판교에 근무 중인 동네 주민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안씨는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이 부담된다”며 “바쁜 아침에 시간 맞추기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 할인·제로페이로 할인 혜택 ↑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주유 할인 카드나 간편결제 등을 활용하는 ‘알뜰족’도 있다.
30대 직장인 유모 씨는 1일 1회 5000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 자투리 금액이 포인트로 적립되는 신용카드를 애용하고 있다.
유씨는 “5999원을 결제하면 999원이 적립되는 식이라 여러 주유소를 돌아다니며 나눠 결제하고 있다"며 “귀찮기는 하지만 최대한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주유소 쇼핑’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주유소에서는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제로페이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의 경우 해당 주유소가 속해 있는 지역에서 발행하는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하면 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개인당 7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구매 금액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경기지역화폐는 각 시군 정책에 따라 카드형·모바일형·지류형 중에서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유씨는 “지역화폐를 활용하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들어 지역화폐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