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폭우에 대한 대책으로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도 폭우 대책을 위한 관련 방안이 논의됐지만 외부 반발이 거세 취소한 적이 있어서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강남역 일대 도림천, 광화문 지역 등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으로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하수관로 정비와 빗물펌프장 등에 총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과거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빗물저류배수시설 7곳을 건설해 강우에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만 이후 취임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때 한 곳을 제외하고 사업이 전부 취소됐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도 사업 무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서울 동작구에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사당역, 이수역 인근 빗물저류배수시설 2개소 설치 공사가 무산됐다.
빗물펌프장도 설치 계획이 변경돼 기존 위치와 다른 곳에 들어섰다. 강남구 대치초등학교 일대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치1빗물펌프장은 공사장이 학교와 가까워 아이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결국 학여울역 SETEC(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부지에 완공됐다.
결국 당초 예정됐던 7곳 가운데 현재 서울 양천구 일대에 위치하는 신월빗물저류시설만 설치됐다.
최근 폭우로 신월빗물저류시설의 효과는 증명됐다.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통해 양천 지역의 침수 피해를 막아서다. 이는 관련 시설이 없던 동작, 강남구와 대조되는 결과다.
다만 아직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빗물저류시설이 만능은 아니다”, “저류시설을 관리하다 사망한 사례도 있다” 등 반대 여론이 남아있다.
목동 빗물펌프장 인근 아파트 부동산 관계자는 “빗물저류시설 덕분에 수해 피해 없이 폭우를 견딜 수 있었다”며 “앞서 강남 일대에 해당 시설을 둘러싸고 님비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물난리를 겪어 반대 의견이 이전만큼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전에는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 반대를 했지만 최근 이미지 실추를 회복하려면 시설 설치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한 번 폭우 피해를 크게 입고 다른 지역도 침수 피해를 많이 당해 지금은 주민과 이야기가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역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강조하여 공공의 안전을 위해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하에 존재하는 빗물저류시설과 달리 빗물펌프장의 경우 더러운 물이 모이게 되면 인근 주민이 싫어할 수 있다”며 “현재 펌프장은 홍수 방지라는 단일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분산시켜 단지별 혹은 상가별로 빗물을 관리해 깨끗한 물을 유지시켜 필요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홍수 방지 같은 집중형이 아니라 빗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 시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