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효율적인 행위입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보다는 마음이 시키는 쪽을 따르니까요. 우상을 향한 팬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스타를 보는 일에 비용이나 시간을 계산하는 일은 오히려 사치에 가깝습니다. 숙박비가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오르고 종일 밥 한 끼 먹을 수 없다 해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GO’를 외칠 수밖에요. 고개를 끄덕인 당신, 필시 아미(그룹 방탄소년단 팬덤)겠죠.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마음이 심란하실 테고요.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방탄소년단의 무료 콘서트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소속사와 부산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오는 10월15일 부산 기장군 일광 특설 무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엽니다. 현장 관객 규모는 10만명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산항 국제 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에서도 1만명 규모로 화상 중계 콘서트가 개최됩니다.
문제는 공연장 환경입니다. 특설 무대가 설치되는 옛 한국유리 공장 부지에선 공장 설비를 제거한 뒤 토지를 메우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지금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통도 문제입니다. 공연장 주변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매우 좁아 공연 당일 교통 대란이 우려됩니다. 공연장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도 동해선과 일부 시내버스뿐입니다. 부산시는 동해선 배차를 늘리고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팬들은 ‘이렇게까지 일광 특설 무대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가장 큽니다. 부산시는 스탠딩 관객 5만명, 좌석 관객 5만명 규모로 공연을 준비한다는데요. 그간 한국에서 열린 공연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소속사가 공지한 안내문을 보면 공연장으로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1개뿐입니다. 10만 관객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입니다. 참고로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의 출입문은 54개로, 10만 관객이 30분 안에 10만 관객이 입·퇴장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객석 운영 방식 또한 허술합니다. 통상 스탠딩 공연은 관객을 입장 번호 순서대로 들어가게 하지만, 이번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는 입장 번호 없이 공연을 운영합니다. 무대와 가까운 쪽으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 관객이 넘어지거나 밟히는 등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최 측은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스탠딩 구역 입장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공연장에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없고 식음료 부스 운영 방침도 알려지지 않아 ‘종일 굶고 공연을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공연장을 벗어난 후에도 관객의 고초는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숙박 때문입니다. 공연 일정이 알려지자 인근 숙박업소는 순식간에 예약이 마감됐는데요. 공연 소식을 접한 대다수 업소들이 기존 예약을 취소한 뒤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거나 기존 예약 고객에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연장 인근 숙박업소는 1박에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오른 상황. 부산시는 지난 26일부터 점검반을 편성해 현장 파악과 계도에 들어갔지만, 시의 계도가 법적 강제력을 갖진 못해 난항이 예상됩니다. 그나마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여부 조사에 따른 대응을 기대해볼 수밖에요.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30일 주재한 방탄소년단 공연 대비 관계기관 회의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은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부산시의 역량을 입증하기는커녕, 밑천만 드러낼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데요. 한시라도 빨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말이죠.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