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를 덮치며 바다와 인접한 ‘해세권’ 아파트의 안전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세권 아파트는 바다와 인접한 위치에 있는 아파트를 뜻하는데 앞서 마린시티는 과거에도 태풍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대규모 주거단지에 반복되는 침수 사태는 바다 인접 아파트에 대한 불신을 키워주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마린시티 인근 해안도로에서 물이 흘러넘치는 등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마린시티 일대는 지난 2016년 태풍 차바가 북상했을 때 바닷물이 밀려들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는 당초 바다 조망권을 볼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지난 2016년 180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 8만1076명이 청약해 평균 45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수요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해운대구는 앞서 마린시티 일대 높이 5m 방파제 위에 3.4m의 육상 방수벽을 세워 대형 파도를 막으려 했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민원에 2m 이상 높이를 낮췄다.
이는 태풍 차바 북상으로 인한 피해로 이어졌다. 당시 부산시가 집계한 결과 마린시티 전체 면적 35만㎡ 가운데 16만㎡가 침수되고 상가 25개소, 차량 80여 대, 보도 450㎡ 등이 침수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 6월에는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아파트 지하 3층에서 바닷물로 의심되는 물이 유입돼 발목까지 차올라 문제가 제기됐다. 해당 단지의 지하 1~3층이 해수면 아래로 지어졌지만 건설 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바다 인접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2008년 1월 해운대가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부터였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부산시는 이후 해수욕장 난개발 규제를 해제하고 건축물 높이도 완화해 사업 박차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
다만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내 시민단체가 바다와 인접한 입지라는 안전성과 환경 문제 등으로 규제 완화에 거세게 반대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매립을 하더라도 물길이 그대로 있어 해일이나 침수 피해가 생기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해안 돌풍과 해수면 상승 문제 등으로 침수 위협이 더욱 많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닷가 근처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로 인한 ‘빌딩풍’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빌딩풍으로 인해 마린시티 일대 유리창을 파손됐기 때문이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바람의 속도는 지면으로부터 높아질수록 더 강해지기 때문에 초고층 아파트에서 바람의 세기를 확실히 체감하게 된다”며 “설상가상으로 군집된 고층 빌딩 사이에서 발생하는 빌딩풍으로 인해 빌딩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의 속도까지 더 강해지기에 초고층 빌딩들이 있는 지역의 바람은 훨씬 더 거세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초고층건물 설계 시 풍압과 풍속에 견딜 수 있도록 유리와 프레임의 강도를 계산하고, 초고층 건물의 형태도 원형 또는 유선형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역대급 태풍 피해를 막기는 어렵다”며 “앞으로의 자연재해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풍압과 풍속 설계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근영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과 교수는 “결국 태풍 강도가 커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이를 둔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며 “부산시도 탄소 제로도시 등을 추진하며 이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연안 부근에 아파트 등을 건축할 때 방지에 대한 개념 확립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잇따른 안전 논란에 누리꾼들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마린시티 침수에 대해 “무서워서 살겠나”, “집값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