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고의 히트작이라 평가받던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운영진과 이용자들의 갈등은 장장 8시간의 마라톤 간담회에도 봉합될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0분께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옥에서 우마무스메 운영진과 ‘게임 이용자 자율협의체’ 간 간담회를 진행했다. 운영진은 각종 운영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자율협의체는 “월요일(19일) 환불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으로, 실존하는 경주마 이름과 영혼을 이어받은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쟁하는 스포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은 한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했고, 이용자들은 1·2차 ‘마차시위’를 통해서 불만을 제기했다.
대형 게임사 홍보 담당자 A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며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런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적어도 업계 내에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미숙 논란 휘말린 카카오게임즈…마차시위로 대응한 이용자
우마무스메 운영 논란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기는 지난달 29일 이후다. 디시인사이드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갤러리’ 유저들은 이날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마차 시위를 진행했다. 일반적인 시위 수단인 트럭 대신, 경주마가 등장하는 우마무스메의 특성을 살린 방식이었다. 시위를 위한 모금에 200여명의 게이머들이 참여했고, 29분 만에 950만원 가량이 모였다.
이용자들은 핵심 PvP(플레이어 vs 플레이어) 콘텐츠인 ‘챔피언스 미팅’ 관련 공지를 업데이트 직전에 공지한 점, 일본 서버보다 한국 서버에서 유료 재화 지급이 적은 점, 일부 아이템의 수령 기간이 일본에 비해 짧은 점 등을 예시로 들며 비판했다.
마차시위 이후 우마무스메 운영진이 사과를 남겼지만, 사과문에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3일 공식카페를 통해 “국내 서비스에 대한 미흡한 운영으로 고객님들께 많은 불편함과 큰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라며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이후 이용자 대표 측과 운영진은 몇 번의 조율 끝에 시간제한 없는 끝장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8시간 여 마라톤 간담회…갈등 봉합 없었다
양측은 17일 카카오게임즈 본사에서 8시간여의 마라톤 간담회를 진행했다. 자율협의체는 게임 운영 정상화를 요구를 담은 프레젠테이션 통해 각종 불만과 개선 사항을 짚었다. 또한 일본 및 대만과의 서비스 차별 논란을 비롯해 업데이트 공지 지연 등 소통 미흡, 재화 구조 변경, 사투리 및 푸시 알림 메시지 등 콘텐츠 누락이 거론됐다.
운영진은 이용자들이 지적한 사안 대부분을 인정·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발사 사이게임즈와의 연계에 대해서도 긴급 상황 발생시 협의 전 ‘선조치 후보고’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된 ‘키타산 블랙 픽업 논란’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키타산 블랙은 높은 등급의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SSR 서포트 카드다. 해당 카드 픽업 업데이트가 진행된 7월 25일 우마무스메는 일매출 150억을 달성했다. 자율협의체는 카카오게임즈가 키타산 블랙 픽업 종료 시각 약 3시간 전에 급작스럽게 서버 점검을 진행하면서 포인트를 모아둔 이용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사이게임즈와 논의해 점검 시간 변경으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을 위해 구제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만약 게임 내에서 구제가 어려울 경우 게임 외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말미 자율 협의체 측의 환불 요구에 운영진은 “여러 가지 구제책을 마련하겠지만, 환불 여부는 당장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자율 협의체 소송 총대를 맡은 사이먼(닉네임) 유저는 “19일 환불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장기화 양상으로 흘러가는 우마무스메 사태… 정치권도 주목
간담회 이후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마무스메 논란은 장기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간담회에 참여한 소송총대 사이먼 유저는 “소송은 이용자 측의 마지막 메시지 전달 수단이며 소송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용자 분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주저 없이 할 각오가 됐다”라고 했다. 그는 19일 우마무스메 갤러리를 통해 “변호사와 함께 피해사례에 대한 환불 혹은 대체안, 피해사례 재발 방지 및 대안책, 피해사례로 인한 퍼블리셔 이전 등의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게임 이용자가 단체 환불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승소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구매한 게임 내 재화의 결제 취소 및 환불은 상품 결제 후 사용하지 않으면 구매 후 7일 내에만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태가 법정 공방까지 이어져 장기화한다면, 카카오게임즈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종가는 지난 16일 대비 6.1% 하락한 4만5600원이다. 주가하락 요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마무스메 논란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도 해당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관련 법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하 의원은 간담회 이후 우마무스메 갤러리에 “입법을 통해 우마무스메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법안이 준비된다면 곧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 이후 조 대표는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번 간담회 내용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간담회 중 저희의 표현이 미숙했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개선책들을 하나씩 직접 실행해 나가며, 이용자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또 신뢰를 하나씩 쌓아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