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3일. 2004년 그룹 SG워너비 멤버로 데뷔한 가수 김용준이 첫 솔로음반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김용준은 맑은 미성으로 SG워너비 음악의 한 축을 맡아 한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솔로 활동엔 소극적이었다.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노래하던 김진호, 뮤지컬과 예능 프로그램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이석훈과는 영 딴판이었다.
최근 서울 논현동 더블에이치티엔이 연습실에서 만난 김용준이 들려준 뒷얘기는 이랬다. “솔로음반을 내고 싶은 욕심이 크지 않았어요. SG워너비에만 집중하려고 했죠. 눈 뜨면 차에 타고 눈 뜨면 노래하고…. 그렇게 10년을 보냈거든요. 팀 활동만으로도 벅찼어요.” 그의 마음을 돌린 건 팬들이었다. 김용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기다리는 팬들에게 미안했다. ‘오빠는 본업(가수)일 때 가장 멋있다’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솔로음반을 내기로 했다”고 돌아봤다.
김용준은 작곡가 조영수, 안영민 등에게 SOS를 보냈다. SG워너비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다. 두 작곡가 모두 신인 시절 SG워너비 대표곡을 쓰며 함께 성장했다. 타이틀곡 ‘어떻게 널 잊어’는 조 작곡가가 썼다. SG워너비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곡이다. 안 작곡가는 미디움 템포 발라드 ‘가슴 뛰는 사람’을 만들었다. 김용준은 완성된 음반에 ‘문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지나간 사랑과 옛 기억을 한 번씩 떠올리게 만드는 음반”이 되길 바라서다.
음반에선 김용준 특유의 고운 목소리가 돋보인다. 평소 수면 시간을 조절하며 목을 관리한 덕분이다. 그는 “내 목소리로 채운 첫 음반이라 녹음에 특히 신경 썼다”며 “작업하다가 완전히 뒤집어엎거나 2~3번씩 녹음한 곡도 있다”고 했다. 수정 작업이 길어지면서 애초 9월로 잡아뒀던 발매 계획도 늦춰졌다. 공을 들인 만큼 만족도는 높다. 김용준은 “평생 음악을 해도 100% 만족하는 음반을 만들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용준은 음반 발매 당일인 14일 서울 합정동 신한플레이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동갑내기 친구인 배우 유연석이 깜짝 등장했다. 김용준은 16일까지 공연을 한 후 음악 방송에도 출연해 신곡 ‘어떻게 널 잊어’를 부를 계획이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태어난 4세대 아이돌들이 나를 보며 ‘저 아저씨 누구지’라고 생각할까 걱정”이라며 웃었지만, 이는 괜한 우려다.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에서 SG워너비가 재조명된 후 “지인 결혼식에서 본 5~6세 어린이가 알아볼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서다.
‘타임리스’(Timeless), ‘죄와 벌’, ‘살다가’, ‘라라라’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가요계를 집어삼켰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 요즘 김용준은 감사함을 자주 느낀다.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서도 ‘언제 집에 가서 잘 수 있지?’ 생각”했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시기도, 돌아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꽃피는 순간”이었단다. 다만 지금은 그때 같은 인기를 탐내지 않는다. 그보다는 “가수로 노래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했다.
“‘놀면 뭐하니?’로 SG워너비가 다시 주목받자 많은 분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러지 말기로 했죠. 1~2년 활동하고 그만둘 거 아니잖아요. 멀리 보며 경거망동하지 말자고 했죠. 저도 어릴 때 이문세 선배님이나 이승철 선배님 음악을 자연스레 접하고 좋아했거든요. 열심히 활동하면 저보다 어린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잊히지 않고 오래오래 노래하는 게 제 꿈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