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부담” 이태원 명단 일부 익명 전환…민변 철회 요청

“공개 부담” 이태원 명단 일부 익명 전환…민변 철회 요청

민들레 등,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 공개
“최소한 이름만이라도 공개…진정한 애도”
2차 가해 논란…민변 “유가족 프라이버시 존중해야”

기사승인 2022-11-15 06:00:40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한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0여명의 명단이 공개돼 논란이 일은 가운데 일부 명단은 유족의 요청에 의해 익명으로 전환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TF’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인터넷 언론 ‘민들레’는 14일 온라인 홈페이지에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 명단 공개했다. 포스터 형태로 제작된 이 명단에는 국내외 희생자 이름이 모두 적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망자는 총 158명으로 집계됐으나 명단은 그 이전에 작성돼 반영되지 않았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민들레가 공개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명단. 민들레 홈페이지에서 캡처해 모자이크처리. 사진=민들레 홈페이지

하지만 이들이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채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일부 명단은 현재 익명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민들레는 최초 명단을 공개했을 때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민들레 측은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몇 분 이름은 성만 남기고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변 TF는 “일부 희생자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명단을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명단 공개 철회를 요청했다. 

TF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정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 보호의 원칙에 따라 희생자들의 명단이 유가족들의 동의 없이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도 필요하지만 언론과 시민들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존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유가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과 사회적 추모를 위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아 명단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희생자 유족이 합치된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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