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구조상 '혀와 이빨'은 입속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혀가 없으면 이빨이, 이빨이 없으면 혀가 불편하다. 어느 부위가 더 소중하고 우위에 있다고 구분 짓기는 어렵다.
이런 호환 관계를 인간사 삶에 대입한다면 '부드러움'과 '딱딱함'으로 치환할 수 있다. 혀가 부드럽다면 이빨은 딱딱한 편이다.
음식물을 씹을 때는 이빨이, 말을 할 때는 혀가 움직이면서 둘은 한 수레바퀴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상사 삶에서는 혀의 부드러움이 이빨의 딱딱함을 이기는 사례가 다반사다. 사람이나 짐승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빨은 낡고 빠지지만 혀는 그대로 남는 자연의 이치가 이를 대변한다.
홍태용 시장이 '이빨'이 아닌 '혀의 시정'을 펼쳐 공직 내부의 인기가 '상한가'다. 온화하고 따뜻한 시정으로 냉랭하고 딱딱한 '공직 화로'를 녹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부드러운 시정이 공직사회를 관통하면서 그만의 '시정 개인기'가 공직 내부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몇몇 사례를 든다면 그는 남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개인 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늘 소통을 중시하며 직원들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대한다. 언제나 직원과 시민을 시정의 한복판에 두고 있다.
시장의 위엄과 권위도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러다 보니 역대 여러 시장들과 달리 시장을 위한 '의전'을 크게 강요하지 않는다.
시정스타일도 차별화된다. 독단적 지시나 강요보다는 직원과 시민의 말을 먼저 듣는 '경청 시장'을 추구한다. 설익은 밥처럼 '급행 행정'보다는 다소 늦더라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완행 행정'을 선호한다.
업무 결정도 개인중심보다는 다수 의견을 중시한다.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아닌 담당자와 민원이 함께 만족하는 '실용적 행정'을 추구한다. 여기다 온화하고 따뜻한 말과 부드러운 인상까지 장착했다.
그의 이런 '개인 화기'들이 시정에 투영되면서 공직 내부를 변화시키고 있다. 한 예로 그가 시장 취임 전에는 '시장 지시사항'으로 공문이 하달됐으나 취임 후부터는 '시장 당부사항'으로 직원을 먼저 생각하는 용어로 순화됐다.
홍 시장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먼저 즐겁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다가온다'는 이른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나 기업이나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는 그의 시장 취임 5개월을 요약하면 그는 시장과 직원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최우선했다고 진단한다.
여기다 그는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은 탓에 '정치적 내공'도 강점이다. 사회적 대형 사건·사고에는 기민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정무적 판단과 실행이 빠른 편이다.
이태원 참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가장 먼저 경남도청에 설치한 분향소를 스스로 찾았다. 참사 희생자와 함께한다는 '펼침막'도 일찍이 시 청사에 내걸었다.
농촌 일손 돕기에는 "직원들만 고생시킬 수 없다"며 단감 따기 봉사활동에도 스스로 동참했다. 시장이 단감 따기 봉사에 나선 것은 역대 시장들 중 처음이다.
최근에는 시청과 떨어진 먼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만나고자 일명 찾아가는 '이동식 정례조례회'를 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른바 스스로 '근자래 원자래'를 실천한 셈이다. 그가 시장의 권위와 위엄을 생각했다면 '언감생심'이다.
그의 '부드러운 시정'이 순풍을 타고 공직사회에 널리 전파된다면 분명히 그 '파괴력'은 클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많은 것을 바꾸는 셈이다.
온화한 말 한마디는 차가운 얼음도 녹이지만 뜨거운 용광로도 불태운다. 관건은 그의 '혀의 시정'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것인가에 달렸다. 그가 '성공한 시장'으로 남는 것도 결코 이 지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른바 '홍태용표 혀의 시정'이 공직사회에 제대로 접목돼 일상의 삶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면 '기우'일까.
김해=박석곤 기자 p235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