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4.22원) 대비 38.4% 인상됐다. 지역난방 가구의 열요금도 37.8% 올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도시가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6.2%, 지역 난방비는 34%, 전기요금은 18.6% 올랐다.
난방비 급등은 한파보다 매서웠다. 서울 동대문구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이모(31)씨. 이씨는 방이 두 개인 41㎡(12.4평) 집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난방 고지서를 받아본 이씨는 깜짝 놀랐다. 12월분 비용에 13만원이 찍혀있었다. 사용량이 비슷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씨는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어 잘 때만 잠깐씩 켰을 뿐”이라며 “이렇게 작은 집에서 어떻게 13만원이 나오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온라인을 통해 난방비 절약 방법을 더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방한용품으로 집안을 중무장한 상태였다.
직장인 박모(28·여)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내 한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크기는 56.1㎡(17평).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칸막이가 있는 분리형 원룸이다. 박씨는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한다. 주로 잘 때만 보일러를 틀었다. 지난달 난방비는 무려 29만3000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만원 이상 더 나왔다. 박씨는 “보일러를 자주 틀었으면 억울하지나 않다”며 “서럽지만 바닥이 냉골이어도 참고 살았다”고 했다. 그는 “월급의 15% 정도가 난방비로만 나간다”면서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사회초년생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해운대구에서 사는 30대 김모(여)씨 역시 무섭게 오른 가스 비용을 체감했다. 23㎡(7평) 오피스텔에 사는 김씨는 지난달 출장이 잦아 집을 자주 비웠다. 그러나 난방비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만1000원 올랐다. 사용량은 동일하다. 그의 걱정은 다음 달 난방비다. 김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도시가스 주식을 살 걸 그랬다”면서 “그러면 적어도 난방비 걱정은 안 하고 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가스비 상승 여파에 따라 도시가스 관련주들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난방비 폭탄의 결정적 원인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 급등이 꼽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자,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LNG 수입 가격이 폭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 당 34.24달러다. 지난해(15.04달러) 대비 128% 올랐다.
LNG 가격 상승은 도시가스 비용을 끌어 올렸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4.22원) 대비 38.4% 인상됐다. 지역난방 가구의 열요금도 37.8% 올랐다.
난방비 대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된 한파에 난방 수요는 늘고 있다. 지난달보다 평균 기온이 낮은 1월 난방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정부가 2분기 가스요금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수입하는 천연가스 요금이 굉장히 높아졌고 누적된 공기업 적자도 숙제”라며 “국민 부담을 봐 가면서 적정 시점에 적정 수준의 요금 조정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도 같은 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9조원에 이른다”며 가스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