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인생이다. 신부로 맞으려던 여인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설상가상 나라에 금혼령이 내려진다. 금부도사가 찾아낸 여인은 왕과 마음을 통하고 있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애달파하는 남자. 배우 김우석이 지난 21일 종영한 MBC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이하 금혼령)에서 연기한 이신원 이야기다.
극 중 이신원은 감정의 농도가 가장 짙은 인물이다. 그는 줄곧 외사랑만 한다. 이뤄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미 기운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른다. 모든 인물이 통통 튀는 퓨전 사극 분위기 속 그의 감정만은 순수하고 지고지순하다. 30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에서 만난 김우석은 “연기 톤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 반년 간 함께한 ‘금혼령’을 새로운 도전으로 기억했다.
“생각이 참 많았던 작품이에요. 처음 시도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금혼령’은 ‘MZ 사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적인 분위기가 가득했어요. 현대극과 사극을 적당히 오가야 하는 게 과제였죠. 톤을 잡는 게 참 어려웠어요. 이헌(김영대)과 소랑(김주현)이 현대적인 색채를 가진 상황에서 저까지 붕 뜨면 사극 느낌이 전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조금씩 잡아갔어요. 개인적으로는 김선호 선배님이 연기한 tvN ‘백일의 낭군님’ 정제윤을 떠올리곤 했어요.”
이신원의 사랑은 충실히 나아간다. 7년 전 예현선(과거의 소랑)을 보고 사랑에 빠졌지만 한 순간에 그를 잃는다. 이후 금부도사가 된 그는 수상한 여인 소랑을 만나 동무 관계 속 연심을 키운다. 그 사이 밝고 명랑하던 성격은 담담하게 자신을 억누르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소랑에 대한 마음이 더욱 짙어지자, 그를 지키기 위해 대담한 행동도 일삼는다. 김우석은 이신원이 보여주는 여러 모습이 좋았다.
“(이)신원이의 매력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지, 시청자에게 신원이의 감정과 행동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곤 했죠. 신원이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인물이에요. 그럼에도 결국 드러내고 말죠. 감정에 충실하되 티는 내지 않는 걸 기조로 삼았어요. 소랑이를 언제나 뒤에서 바라보는 신원이가 때로는 답답했어요. 하지만 캐릭터를 믿고 나아가려 했어요. 끝까지 잘 이끌어간 게 뿌듯해요.”
지난해 tvN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짠한 악역 노태남을 연기한 김우석은 ‘금혼령’을 통해 순정남 이신원으로 변신했다. 전작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돌아보면 모든 연기가 부족하고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다음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캐릭터와 마주할수록 성장을 갈구하게 된단다. 성장의 동력은 자기효능감과 든든한 가족의 지지다. ‘금혼령’으로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만큼 가족 반응 역시 뜨거웠다. 친형인 가수 멜로망스 김민석은 OST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김우석은 “제가 연기하는 모습과 형의 노래가 함께 나오니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면서 “앞으로는 형에게 도움 줄 수 있는 동생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2017년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2’로 데뷔해 뮤지컬과 다양한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올해 서른을 맞은 그는 “20대는 쉬지 않고 연기하며 헛되지 않게 살았다. 발전하는 동시에 더 발전할 기회를 만났다”고 자평하며 “이제는 30대에만 할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로맨스, 멜로,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이야기하던 그는 “뮤지컬 무대에서의 생동감을 사랑한다. 꼭 다시 무대에 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5년을 쉼 없이 달려온 김우석은 30대에도 뛸 준비를 마쳤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게 목표예요. 모든 사람이 다 저를 좋아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걔 연기 잘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가길 바라고요. 계속 발전할 거거든요. 언제가 됐건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