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블리자드 인수 ‘청신호’…제동 못 건 소니

MS, 블리자드 인수 ‘청신호’…제동 못 건 소니

기사승인 2023-04-06 06:00:26
마이크로소프트와 M&A 체결한 액티비전블리자드.   엑티비전블리자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소니는 인수를 무산시키기 위해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MS는 지난해 1월 18일(한국시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한화 약 82조원)에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다. 

MS가 블리자드 인수에 거액을 쏟은 이유는 콘솔 시장 내 엑스박스의 영향력 확대와 메타버스 경쟁력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게임을 점찍은 상태다. 2014년에는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 스튜디오, 2021년엔 ‘엘더스크롤’ 보유사인 베데스다의 모기업 제니맥스미디어를 인수해 체급을 키웠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콜오브듀티’ 등 각종 인기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사다. MS는 콘솔 게임인 엑스박스와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소유하게 되면 게임패스 라인업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블리자드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리는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22년 블롬버그 통신은 메타버스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클라우드, 크리에이터(제작자), 콘텐츠 등 ‘3C’를 언급한 바 있다. 블롬버그 통신은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MS가 콘텐츠 부분을 확실하게 보강했다”고 보도했다. MS는 자체 클라우드 서버인 ‘MS 에저’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인크래프트 인수를 통해 크리에이터 기술도 섭렵한 상태다. 부족했던 콘텐츠 영역은 PC, 게임, 모바일,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는 블리자드의 IP로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MS는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게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후 IP 라인업.    마이크로소프트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소니에겐 큰 악재다. 그동안 소니는 소프트웨어(게임칩)를 사용해 하드웨어(플레이스테이션)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판매해 이용자들로 하여금 게임칩과 플레이스테이션을 모두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게임성이 좋은 서드파티 게임으로 다른 독점 작품이 나올 때까지 이용자들을 붙잡았다. 소니는 이러한 판매 전략을 통해 텐센트에 이어 매출 2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용자는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새로운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만 원 이상의 게임칩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MS의 게임패스를 구독했을 경우에는 한 달에 약 1만2000원의 금액으로 MS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들이 MS에 합류한다면 경쟁력도 더욱 높아진다. 콘솔 이용자 수가 한정된 현 상황에서 MS의 입지가 높아질수록 소니의 입지는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MS의 블리자드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소니의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1월 19일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전일 대비 2.76% 하락했다. 특히 일본 도쿄 증시에서는 12.79%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 매체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로 인해 소니의 영향력이 떨어졌다”며 “블리자드의 게임이 게임패스에 도입될 경우 소니의 비즈니스도 약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소니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니는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게 되면 북미, 유럽 시장에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콜오브듀티를 독점 소유하게 된다“며 ”시장 경쟁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콜오브듀티는 블라지드의 대표적인 인기게임으로, 2003년 출시 이후 20년간 300억달러(한화 약39조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콜 오브 듀티: 뱅가드.   액티비전블리자드

소니와 같은 경쟁 콘솔 제조업체에 10년간 콜오브듀티를 제공하겠다는 MS의 발표에도, 소니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각국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심사기관을 두고 특정 기업이 시장 독점을 할 수 없도록 ‘반독점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소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영국의 경쟁시장청(CMA),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 등의 경쟁심사기관을 통해 거듭 인수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세르비아·칠레·일본 등이 MS의 M&A를 승인했으며, 기존에 반대하던 입장을 보인 규제기관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CMA는 2월 예비조사 결과 발표에서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좁아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MS의 블리자드 인수는 콘솔 게임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CMA는 내달 중 인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EU 집행위원회도 내달 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MS가 경쟁사에 콜오브듀티 라이선스 계약을 제공하면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오는 6월 30일까지 M&A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반독점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에서는 공정거래위원해가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인수 심사에 들어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령 등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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