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꾸며낸 ‘라비’, 변호사는 “직업 특성 고려해달라”

뇌전증 꾸며낸 ‘라비’, 변호사는 “직업 특성 고려해달라”

기사승인 2023-04-11 12:33:31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출석하는 래퍼 라비. 연합뉴스

허위 뇌전증 판정을 받아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라비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은 “20대가 지나면 직업 생명이 마감되는 점을 다소나마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라비는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 심리로 열린 병역법 위반 혐의 사건 1차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제 잘못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면서 “군 복무 중인 모든 분들과 저를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 뇌전증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 이 순간을 잊지 않고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음악 레이블 그루블린 소속 아티스트이자 공동 대표이기도 한 그는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고,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 체결된 계약 이행이 코로나로 인해 늦춰진 상황이었다”며 “병역 의무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게 돼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고 털어놨다.

변호인은 라비가 혐의를 모두 인정한 점, 자원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점 등을 고려해 선처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병역 의무가 신성하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하는 점은 분명하지만, 누군가에겐 20대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 생명이 마감된다. 그 점은 변호인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이런 점을 다소나마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라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직적으로 뇌전증을 가장하고, 최초 병역 판정 이후 장기간에 걸쳐 병역 인행을 미루다가 이번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수사 당시 객관적인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진 변명 또는 부인으로 일관했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을 빠져나오는 라비.   사진=이은호 기자

재판을 마친 라비는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신체검사에서 천식으로 3급 판정을 받은 뒤 수차례 병역을 연기하다가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만 28세가 되는 2021년 더는 병역 연기가 어려워지자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을 면탈하려고 했다.

라비와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씨는 병역 브로커 구모씨에게 2회에 걸쳐 5000만원을 건네고, 뇌전증을 가장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받았다. 구씨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라비는 구씨 조언에 따라 2021년 3월부터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 뇌전증 증상을 호소하고 관련 약을 처방받았다. 또, 이런 자료를 병무청에 제출해 지난해 5월 군 면제에 해당하는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무청은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며 같은 해 9월 라비를 4급으로 재판했다.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씨에게도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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