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기념식에서 대면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별다른 대화 없이 악수만 나누며 어색하게 조우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뼈 있는’ 기념사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에서 개최된 제63회 4‧19혁명기념식에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간 10주기 기념식에만 대통령이 참석하던 관례를 깨고 2007년 이후 16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기념식에 자리했다.

행사장으로 들어선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대면했다.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짧은 악수만으로 조우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4·19혁명 열사 뒤를 따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며 “어느 한 사람의 자유도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 되는 4·19정신이 국정운영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도 깊이 스며들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을 뒤덮은 ‘돈봉투 의혹’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경고해온 ‘가짜뉴스’ 관련 내용도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허위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바로 우리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4‧19혁명을 ‘국민이 오만한 독재 권력을 몰아낸 날’이라고 평가하며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청년들이 앞장섰고 전 국민이 동참해 국민이 주권자임을 재확인했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63년 전 의연하게 일어선 시민들의 희생에 크게 빚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는 시계추와 같아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한다. 4‧19혁명 불과 1년 뒤 박정희 군부세력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독재권력은 경제성장의 탈을 쓰고 불평등과 빈곤의 틈새를 파고들었다”며 “또 다시 민주주의 후퇴를 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본령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며 기여한 만큼 몫이 배분될 때 더 단단한 민주주의도, 기득권 개혁도, 경제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