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노동환경 악화” 美 방송·영화 작가 파업

“OTT 시대, 노동환경 악화” 美 방송·영화 작가 파업

기사승인 2023-05-03 11:24:50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미국작가조합 조합원들. 로이터·연합뉴스

할리우드 방송·영화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가 2일(현지시간) 파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급부상해 노동 강도는 커졌으나 처우는 악화했다며 집필을 중단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WGA 소속 작가 1만1500명은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단체로 펜대를 내려놓은 것은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계약 없이 콘텐츠도 없다” “작가들이 자슬라브(디스커버리-워너 사장) 배를 불려주고 있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방송사 영화사 스튜디오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번 파업은 WGA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 산하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NBC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 사이 협상이 결렬되며 시작했다. 양측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6주 동안 임금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WGA는 OTT가 촉발한 스트리밍 경쟁으로 콘텐츠 붐이 일었으나 작가들의 노동환경은 더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회사가 얻는 이익은 여전히 ​​높고 콘텐츠에 쓰는 돈도 늘었지만 작가들은 뒤처지고 있다”며 “회사는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이용해 작가의 급여를 삭감하고 제작과 글쓰기를 분리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OTT에서 방영되는 시리즈는 TV 시리즈의 절반보다 짧은 8~12부작이다. 이로 인해 작가들의 업무 기간도 연간 40주에서 24주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 작가들이 버는 돈도 줄었다. OTT 업체가 재상영분배금 없이 고정 수당만 지급해 작품 흥행에 따른 추가 이익도 얻을 수 없게 됐다고 WGA는 주장했다.

작가들은 임금 인상과 함께 제작사 측이 일정 기간 작가 고용 규모를 유지하며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제작사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작가의 이전 작업을 토대로 새 대본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작가에게 AI가 쓴 대본 초안을 수정하라는 요구를 하지 못하게 보호장치를 마련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번 파업으로 NBC ‘더 투나잇 쇼’, ABC ‘지미 키멀 라이브’, CBS ‘더 레이트 쇼’ 등 심야 토크쇼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방송은 이번 주 신규 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과거 방송을 다시 틀기로 했다. 데드라인은 “심야 토크쇼 다음으로는 낮 시간대 방송, 특히 드라마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방송 시장에선 대본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감독조합과 미국배우방송인조합도 다음 달 AMPTP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른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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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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