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말기 전북 전주의 옛모습을 엿볼 수 있는 서적이 발간됐다.
전주시는 지난 2020년 전주역사박물관이 매입한 전주에 관한 새로운 기록물인 ‘풍패집록(豊沛集錄)’을 새롭게 ‘국역 풍패집록’이라는 표제로 출간했다고 1일 밝혔다.
국역 풍패집록은 전라북도와 전주시가 지원하고, 전주문화연구회에서 국역을 맡아 총 506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채워졌다.
역주자로는 이동희(전 전주역사박물관장), 김순석(전주전통문화연수원장), 김희경(한국고전번역원 교감표점 전문위원), 문미애(전북대 국문과 강사), 배경옥 (전북대 사학과 박사수료), 신용권(한국학호남진흥원 참여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새로운 자료에는 별도 표기로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했으며, 상량문에는 일일이 주를 달아서 용어의 이해를 도왔다.
풍패집록은 19세기 전주 사람인 채경묵이 전주의 관아와 누정, 비, 정려 등을 찾아다니면서 기문과 상량문, 시문, 비문 등을 필사해 엮은 책이다. 총 177편의 글 중 147편은 전주읍지 ‘완산지’에 실려 있지 않은 새로운 자료로 평가된다.
완산지에는 주로 18세기 말까지 전주의 지방제도나 인물 등에 관한 대표적인 내용이 담겨 있고, 풍패집록에는 19세기 말 전주의 인문경관 전반이 수록돼 있다.
항목별로 보면, 풍패집록에는 전라감영, 전주부성, 전주향교, 경기전, 조경묘, 풍패지관(전주객사), 남고진과 남고산성, 전주 성황사, 송광사 외에도 관아, 학교 등 전주지역의 건물과 시설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시는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등을 거치며 전주의 많은 유적과 편액이 사라지고 완산지 등 일부 문헌에 수록된 자료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풍패집록에 필사된 내용이 전주의 사라진 유적을 살려내는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패집록에서 후백제문화권 사업과 관련해 주목되는 자료는 성황사중창기를 꼽을 수 있다. 성황사기는 동고산성을 견훤성으로 지칭한 대표적인 기록으로, ‘전주부사’(1943년)에 수록된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었지만 앞서 발간된 풍패집록에도 성황사기가 실려 있어 신뢰도 더해졌다.
또한 풍패집록은 전라감영 선화당과 작청의 주련문(기둥에 거는 글귀로 건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품격을 높임)이 실려 있어 전라감영 복원에도 큰 가치를 지닌 서적으로 평가된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풍패집록 국역을 통해 전주의 오랜 역사를 담은 고전 문헌에서 전주의 옛 모습을 그려보고, 지금은 사라진 역사 유적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