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의 대명사인 방송통신대학(방통대)에 재학 중인 청년들이 서울시 지원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청년(만 19~39세)에게 주거, 취업 등에 있어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이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방통대 재학생은 대학생 혜택을 못 받고 있어 불만이 나온다. 방통대는 국내외적으로 공인받은 고등교육기관이다. 학교 출신 중에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도 많다. 청년정책 지원 대상 선정에 있어 서울시의 학력차별적인 시각이 아쉬운 대목이다.
8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서울시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 모집 등 주요 청년정책사업의 대학생 지원 대상에서, 방통대와 같은 원격대학 재학생을 제외하고 있다. 대학생으로 분류되지 않은 방통대 청년 재학생들은 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일반 청년에 해당하는 지원만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우선 청년 매입임대주택 모집 공고를 보면 대학생 지원 대상을 서울시 소재 대학 재학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방통대와 사이버대학 등 원격대학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방통대 재학생을 대학생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청년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적용하고 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오피스텔, 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원룸) 등을 매입해 청년(만 19~39세), 취업준비생, 대학생들에게 주변시세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청년 주거복지정책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는 SH측은 “주택마다 조금 다를 수가 있지만 대학생이 아닌 청년에게 적용되는 기본 보증금은 감정평가액의 30~50% 수준으로 임대 조건을 적용한다. 청년이면 최소 보증금으로 계약하더라도 1000만원 이상, 보통 2000만~3000만원대다. 월세를 많이 내면서 보증금을 낮출 수는 있지만, 100만대로 임대보증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대학생보다 일반 청년들이 더 많은 임대보증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이면 임대보증금을 100만원만 내는 반면, 방통대 재학생은 1000만원 이상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차별적인 요소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는 “대학생과 일반 청년은 임대조건에 차이가 없다. 즉 대학생은 임대보증금을 100만원 고정액으로 받고 나머지 임대보증금 부분을 월임대료로 전환해 부담하는 구조다. 총 부담액에 있어서는 일반 청년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주거복지뿐만 아니라 취업 기회에 있어서도 서울시의 방통대 차별이 드러난다. 서울시는 최근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면서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있는 대학교 재·휴학생’으로 한정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 학생은 신청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여름방학 기간 동안 서울시정에 행정업무 보조로 참여할 수 있는 ‘꿀알바’로 불린다. 올해 공고를 보면 주5일제로 30일 근무하고 주휴수당을 포함해 188만1600원(4대보험 등 공제금 포함)을 받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이후 취업 시 하나의 스펙으로 작용해 자소서나 경력사항에 기재할 수도 있다. 다양한 직무 경험에 생활비까지 챙길 수 있어, 대학생 사이에선 인기가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시가 이런 기회조차 방통대 재학생에겐 제공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방통대 출신 배제와 관련해서는 춘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문제된 바 있다. 춘천시는 학력차별 논란이 있은 후 조례를 개정해 방통대 재학생도 대학생 행정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여전히 제도 개선에 미온적이다.
방통대 출신에 대한 기회 확대와 관련해 서울측은 “아직까지 대상을 늘리거나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서울시 청년정책의 방통대 재학생 차별과 관련해 국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지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방송통신대와 사이버대 역시 고등교육법을 적용받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들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면서 “서울시는 이러한 차별을 조장하는 정책들을 당장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구 임현범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