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임금과 업무 부담 등으로 간호사들이 장기요양시설을 기피하면서 간호 돌봄인력 부족 현상이 크게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법 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간호사 종사자 대비 ‘장기 요양 인정자(반년 이상 혼자 일상생활하기 어려운 사람 중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통해 인정된 사람)’ 비율은 261.12다. 

이는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직후(79.35)와 비교해 3.29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장기요양시설에서 간호인력 공급 부족으로 간호사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전체 취업자 59만8771명 중 간호사는 0.63%(3776명)에 불과했다. 5년 전인 2018년(3569명)과 비교해 20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0명 당 장기 요양 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2020년 기준  0.0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6명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스위스(5.1명), 노르웨이(3.8명), 미국(1.2명), 일본(1.1명)과는 각각 127.5배, 95배, 30배, 27.5배 차이가 난다.

요양시설에 간호사가 아예 없는 지자체도 10곳에 달했다. △경기 연천 △강원 철원, 양구 △충북 보은, 단양 △전북 무주, 장수 △경북 군위 △경남 고성, 남해 등이다.

요양시설 간호인력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 교육 부재, 임금 문제 등이 꼽힌다.

요양시설 간호사는 현장에서 24시간 돌봄이 이뤄지고, 평가로 인한 기록 업무 양이 많아 간호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재가기관 근무 간호사도 가족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 끊이지 않는 데다, 담당 노인이 다른 간호사를 거부할 경우 24시간 365일 전화를 받고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요양시설 기피 원인 중 하나다. 요양시설 간호사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달리 책임 간호사 역할을 요구 받고, 관리자 일까지 도맡아야 한다.

낮은 임금도 문제다. 2020년 기준 요양시설 간호사 평균 임금은 3282만7148원으로,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평균 임금(4675만5211원)의 70.2% 수준에 불과하다. 노인 전문 간호사의 경우 49% 수준으로, 의료기관 전문간호사 평균 급여(6692만3820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인장기요양시설에는 최소한의 임금 가이드라인조차 없다고 간협은 전했다. 

더불어 간호사 채용 시 수가 가산 차이가 거의 없어, 간호사들이 장기요양시설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간호인력이 요양시설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간호법 제정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인력이 장기요양기관에 정착할 경우 노인의 질병 예방, 합병증 감소에 효과가 있어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면서 “의료사고와 오류도 줄어 의료서비스의 질이 개선되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수급자와 보호자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