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폭력시위로 격화된 가운데, 이웃국가인 벨기에와 스위스까지 번지면서 서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보 주(州) 주도 로잔 도심에서 전날 밤 약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10대 등 젊은층이 주축으로, 경찰을 상대로 돌과 화염병을 투척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로잔은 인구의 80%가량이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다.
현지 경찰은 포르투갈, 소말리아, 보스니아, 스위스, 조지아, 세르비아 국적인 15∼17세 남녀 6명을 현장에서 연행하고, 스위스 국적의 24세 남성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역시 프랑스어 사용자가 많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브뤼셀 시위로 여러 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10여명이 체포됐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촉발된 폭력 시위가 이웃 국가로 번진 것은 SNS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된다. 프랑스 경찰은 이번에 사망한 나엘에 대한 총기 사용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몇 시간 뒤 목격자가 촬영한 동영상이 SNS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정당방위였다는 경찰의 해명이 사실과 달랐고, 강압적 모습이 영상에 담겼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지에도 시위는 격화되고 있다. AF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일 밤사이 71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전날인 1일에는 1300여명이 붙잡혔고 현재까지 체포된 인원은 3000여명에 달한다.
나엘의 유족은 폭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나엘의 할머니 나디아는 이날 프랑스 BFM TV 인터뷰에서 “그들은 나엘을 핑계 삼고 있다”며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엘의 다른 유족도 익명을 전제로 영국 BBC에 “우리는 증오나 폭동을 불러온 적이 없다”며 “이 모든 것은 나엘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