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하이투자증권, 실적 부진에 CEO 연임 ‘적신호’

교보·하이투자증권, 실적 부진에 CEO 연임 ‘적신호’

교보·하이투자·SK증권 수장 임기 내년 3월말 종료 예정
상반기 저조한 실적에 높은 부동산PF 비중…손실 확대 가능성도
전문가 “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 저하폭은 크게 나타날 것”

기사승인 2023-09-07 06:00:27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중소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종료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이다. 다만 연임에는 적신호가 커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증권업이 호황일 경우 연임은 무난하게 결정되나,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기업금융(IB) 부문 실적이 크게 줄면서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대비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에서 임기 만료를 목전에 둔 대표이사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증권사들은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이다. 각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2024년 3월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각 증권사의 수장으로서 사업과 경영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의 진두지휘에 나섰다. 반면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을 거쳐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례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히는 증권사는 SK증권이다. SK증권은 지난해 12월 공시를 통해 기존 김신 대표이사 1인 체제에서 전우종 당시 경영지원부문장도 대표이사로 선임해 투톱 체제(각자대표)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제고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신 SK증권 각자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안건이 의결되면서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넘게 대표직을 맡게 됐다. 임기는 1년으로 내년 3월 만료된다. 김 각자대표는 SK증권에서 최장기 임기를 기록한 CEO로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장수경영자다.

지난해 12월 선임된 전우종 각자대표는 동원경제연구소(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SK증권에서 리서치 센터장을 맡는 등 약 20년 동안 투자 분석가로 활동해 왔다. SK증권의 각자대표들이 내년 3월 연임에 성공할 경우 첫 각자대표 연임과 함께 김신 대표는 최장수 경영자 입지를 이어가게 된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2021년 12월 김경규 전 대표이사의 후임으로서 대표직에 선임됐다. 홍 대표의 임기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홍 대표는 그간 기업금융(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쏠렸던 실적 비중을 낮추고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박봉권 교보증권 각자대표는 지난 2020년 선임 이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다. 현재 두 번째 임기 중이다. 박 대표는 IB와 자산관리(WM) 부문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반적인 업계 상황에 훈풍이 불고 있을 경우 연임이 무난히 결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2021년 증권업 호황으로 증권사 대표들의 연임이 주류로 받아들여진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황은 다른 모양새다. 올해 초만 해도 IBK투자증권, DB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다수 중소형 증권사들이 신임 수장을 선임하면서 체제 변화를 꾀했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중소형 증권사 수장들의 거취가 주목받는 이유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에 비해 실적이 부진하다.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시현했다고 평가받는 것에 비하면 상반된 행보로 해석된다.

일례로 교보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실적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교보증권은 지난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영업이익 517억원, 당기순이익 43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2%, 69.8% 급감했다. 

교보증권의 실적 하향세는 올해 상반기도 이어졌다. 순이익은 10.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4% 줄었다. 아울러 올해 2분기에는 72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이같은 흐름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보증권 주가는 지난해 초 8290원에서 6일 종가 기준 5020원으로 39.4%나 급락했다. 

하이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하이투자증권은 홍 대표가 지난 2021년 선임된 이듬해인 2022년 실적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해 영업이익이 590억원, 순이익은 376억원을 시현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77% 감소했다. 올 상반기도 영업이익 351억원, 순이익 291억원을 내면서 62%, 54.8% 줄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향후 전망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연결된 PF 불안 요소에 따른 실적 감소를 리테일 부문 강화로 해결책 모색에 나선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편중된 점에서 손실 만회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IB부문 업황이 개선될 여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중소형사의 경우 IB부문 중 대부분의 수익이 부동산PF 관련 딜에서 창출된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이에 따른 수익 감소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중소형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PF 외에도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진출 및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력 및 영업 경쟁력 차이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지난 2021년부터 부동산 관련 우발부채, 대출채권 인수 등 위험인수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본PF 미전환 시 위험도가 높은 사업초기대출, 브릿지론 등의 취급 비중도 덩달아 상승해 자산건전성 저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한신평 측 분석이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영업실적 전망은 다소 부정적인 가운데,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형사 대비 IB부문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사의 이익창출력 저하폭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수석연구원은 “IB부문은 부동산금융 영업기반 위축 지속, 브릿지론 차환 난항 등으로 건전성 저하에 따른 손실 확대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어 당분간 이익기여도는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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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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