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제자리’ 동해안 송전망…주민들 “설치 후 방치”

‘15년째 제자리’ 동해안 송전망…주민들 “설치 후 방치”

동해안 발전 용량 15.5GW인데 송전 선로 용량 11.4GW
주민들 “송전선로 마음대로 짓는 것 명백한 재산권 침해”
한전 “주민 반대 있어도 2025년까진 완공해야”

기사승인 2023-09-13 06:00:11
12일 열린 홍천군민 10차 궐기대회에 참여한 홍천 주민들. 홍천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기존에 (송전탑)지었던 것도 다 뽑아 가라고 하고 싶은데 또 짓는다니요.”

12일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강원도 홍천군민 10차 궐기대회를 마친 강석헌 홍천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의 말이다. 강 사무국장은 “지난 2019년부터 (송전탑을)설치하지 말라고 항의를 꾸준히 해 왔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은 일방적으로 공사 계획을 세우고 절차를 밟았다”며 “공사가 진행되는 것 자체를 무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해안은 전력생산에 비해 송전할 선로가 부족하다. 이에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가 동해안과 신가평을 잇는 500kV급 송전선로를 건설해 오는 2025년 6월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사실 해당 사업은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확정됐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15년째 마무리되지 못했다.

홍천 주민들은 2000년 신태백 송전선로로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강 사무국장은 “한전은 한번 송전탑을 설치하면 해당 지역 사후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마을 경제가 망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송전선로를 마음대로 짓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송전탑 설치 예정 구역에 있는 땅은 은행 담보대출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홍천 주민들은 적어도 선을 땅 속으로 묻는 지중화 작업이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러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강 사무국장은 “서울 같은 곳은 지중화 비율이 90%가 넘는데 강원도는 1.1%에 그친다. 아무리 지형적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송전선로. 연합뉴스

현재 동해안 지역의 발전 용량은 15.5GW지만 송전 선로 용량은 11.4GW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한울 2호기가 원안위 심사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상업전력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 송전선로 부족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송전 선로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지만, 주민 설득이 원활하지 않아 정부와 한전도 곤란한 상황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중화 작업을 위해선 보통 가공작업보다 7배~12배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부채가 200조를 넘는 한전이 사업비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위치도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혁신계통과 관계자는 “지중화 작업은 수직구(지상과 전력구 사이를 잇는 통로)를 뚫어야 하는 등 여러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형이 고르지 않은 산간 지역에 적용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은 변수에 관계없이 오는 2025년까지 무조건 완공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인근 주민을)계속 설득 중에 있다”며 “설명회를 계속 추진하는 등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장은 계속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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