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하이테크 관련주인 애플 주가가 중국발(發) 리스크에 휘청인다. 특히 신제품인 아이폰15 출시를 앞둔 가운데 매출 비중이 큰 중국에서 발생한 사태라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다만 국내 증권가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중국 내 아이폰 금지령 확대와 수요 위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66% 오른 179.36달러로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근래 주가는 하락세다. 애플 주가는 지난 5일 189.70달러로 마감했으나 이후 양일간 각각 3.58%, 2.92% 급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하락분을 회복하지 못한 미비한 수치다.
주가 하락세의 배경으로는 중국발 악재가 꼽힌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에 따른 첫 보복 타깃으로 애플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특히 이같은 조치는 정부 기관을 넘어 국영 기업과 다른 공공 기관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은 테크 업계 왕일지 몰라도 세계 최대의 두 경제권 사이에 벌어지는 경제 전쟁에서는 단지 하나의 게임 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애플의 중국 내 사업 위협 징후가 늘어나면서 시장 가치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애플은 전 세계 매출 가운데 19%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시상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9.9%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지령 조치가 확대될 경우 점유율 하락은 물론 실적 부문의 손실까지 예상된다.
악재는 더 남아있다. 중국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 2020년부터 미국 제재로 인해 5G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해왔으나 이를 타파한 셈이다. 중국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하반기 최신 스마트폰이 계획보다 20% 증가한 최대 600만개까지 출하할 것으로 추정했다. 애플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13일 새벽 2시 아이폰15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 때문에 이같은 현 상황이 매출까지 직결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세계적인 투자은행에서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은 애플의 목표주가를 기존 235달러에서 230달러로 내렸다. 샤믹 샤터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와 맞물린 이번 규제는 애플의 지속적인 점유율 상승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따른 애플의 주가 급락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아이폰 금지령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는 애플이 중국에서 500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애플이 발표한 공식 공급업체 200여개 중 91곳이 중국 기업이고, 160곳 이상이 중국 내륙에서 부품을 생산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업률 문제에 직면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 애플에 타격을 주는 추가 조치는 시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 출시는 아이폰15 수요에 미칠 영향은 미비하다는 게 메리츠증권 측 설명이다. 화웨이 제재 이전에도 애플 신제품 출시 전후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700달러 이상) 점유율은 지난 2019년 3분기 6.8%에서 4분기 14.9%, 2020년 3분기 7.7%에서 21.6%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당 시장 내 애플의 점유율은 70.9%, 74.4%로 집계됐다. 중국 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는 애플이 주도했다는 얘기다.
양 연구원은 “애플의 중국 내 점유율 상승은 화웨이 제재로 인한 애플로 교체 수요가 아닌, 중저가에서 프리미엄으로의 교체 수요가 주도한 성장”이라며 “그 때문에 중국 내에서 급격히 수요가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아이폰15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 재편과 높은 잠재수요로 인한 글로벌 및 중국 내 견고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공급망(SCM) 차질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아이폰15 출하량 목표치를 8700만대로 제시하는 등 공격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2억대에 달하는 아이폰12·13 교체 수요 도래와 하반기 경쟁 모델이 부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