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정유주 ‘환호’…국내 증시는 ‘불안감’ 만연

고유가에 정유주 ‘환호’…국내 증시는 ‘불안감’ 만연

정유주, 고유가 현상에 ‘상승세’…사우디·러시아 감산 영향
국제 유가 반등에 따른 ‘금리’ 여파에…국내 주식시장 ‘악재’
증권가, 8월 미 소비자물가지수 ‘주목’ 

기사승인 2023-09-14 06:00:27
13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주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낸다. 다만 이는 주식 시장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악재로 작용한다. 유가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 중앙은행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대표 정유주인 에스오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9% 오른 7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8.90% 급등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의 지주사 GS와 현대오일뱅크를 운영하는 HD현대는 각각 7%, 20.3% 치솟았다. 

이같은 정유주의 상승세는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7% 상승한 배럴당 88.84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2.06달러를 찍었다.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수준이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계획 발표에 기인한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를 이끄는 사우디는 지난주에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러시아도 지난달 발표한 하루 30만 배럴의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지난 10일 OPEC 회원국인 리비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도 유가 상승 배경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지난 8월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대홍수로 인해 리비아의 주요 수출항구들이 폐쇄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원유 생산량 중 사우디와 러시아 생산 비중은 약 23%에 달하는 만큼, 두 나라의 유가 영향력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매월 시장 평가를 통해 공급량 감축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유시장 불안감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다. 물가의 기저효과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반등으로 물가에 대한 우려가 재차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 물가 반등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와 현재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을 시사한다.

다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핵심 물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국제 유가의 상승은 간접적으로 근원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까지 이어진다. 다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증권가 측 분석이다.

강승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다수 연구에서 미국 가계 초과 저축이 이미 고갈됐거나 오는 10월 중 소진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에 더해 10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될 예정으로 대형 은행 카드 대출 연체율도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와 다르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은 둔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이를 감안할 시 금주 발표되는 물가 지표는 최근 유가 상승 반영으로 헤드라인 물가 반등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근원 물가 둔화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10년 기대인플레이션지수(BEI)와 국제유가의 디커플링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증시는 고유가 현상과 함께 강달러까지 나타나자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이같은 상황이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7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하방 압력에 맞닥트린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물가와 소비지표를 확인한 이후에 흐름이 정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탓에 물가는 꽤 올랐을 것”이라며 “근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다면 시장이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8월 물가지표 영향력이 높아졌다”며 “긴축과 금리가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이전보다 마이크로 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물가 지표에서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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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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