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기대주 뚜껑 열어보니…기업별 희비 교차

IPO 기대주 뚜껑 열어보니…기업별 희비 교차

공모 흥행 마녀공장, 참패 파두…현재 주가 흐름은 정반대
공모가 적정선, 장·단기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 선택이 중요
증권가, “공모주 투자심리는 활발해질 것”

기사승인 2023-09-21 06:00:15
쿠키뉴스DB.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 혹은 기대주로 불렸던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이 크게 갈렸다.

마녀공장 주가는 수요예측과 상장 당일 흥행했음에도 최근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일부 새내기주는 공모청약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름세를 보인다.

21일 한국거래소 신규상장종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날(20일)까지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건수는 86건이다. 이는 일반종목 외에도 스팩과 리츠를 포함한 수치다. 

올 상반기 IPO 시장은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대어’가 부재했다. 컬리와 케이뱅크에 이어 조 단위 기업가치로 알려진 오아시스가 상장을 철회한 탓이다.

당시 이들은 상장 철회를 밝히면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기업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금리 인상과 경제 침체 여파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형주 중심으로 이뤄진 IPO 시장 분위기는 온기를 표출하면서 크게 개선됐다. 2차전지를 비롯한 성장주들이 증시 활황을 이끌면서다. 

다만 IPO 흥행 여부를 점치는 지표인 수요예측 과정에서 종목 판별을 위한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됐다.

지난 6월 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토탈 코스매틱 기업 마녀공장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8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IPO를 진행한 기업 중 최대 경쟁률을 선보였다.

이후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도 126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모가는 밴드 상단인 1만4000원을 초과한 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마녀공장은 상장 당일 시초가를 공모가 두 배인 3만2000원에 형성했다. 이후 상한가인 4만16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따상’에 성공했다. 다음날인 9일에도 12.74% 급등한 4만6900원까지 치솟았다. 

IPO 흥행에 참패한 종목도 있다. 바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두’다.

파두는 관련 분야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 과정에서도 1조원이 넘는 ‘대어’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는 79.15대 1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선 마녀공장의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가뿐히 넘었던 점과 대조를 이룬다. 

파두가 청약 단계에서 미끄러진 이유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상장 초기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파두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한 물량은 전체 주식 수의 38.92%인 1870만4445주였다. 상장 후 1개월이 지나는 시점에서 풀리는 물량도 약 17%에 달했다. 이를 합산 시 발행 주식 총수의 절반을 넘는다.

아울러 증권 발행 실적 보고서상 의무 보유 확약(락업) 기간별 배정현황에 따르면 미확약 물량 비중은 67.52%로 드러났다. 투자 유의점이 산재했다는 얘기다. 

우려는 상장 당일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달 7일 파두는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인 3만1000원에서 10.97% 감소한 2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마녀공장과 파두 희비는 다시 엇갈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종가 기준 마녀공장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9% 내린 2만9350원이다. 상장 당일 종가와 비교할 시 무려 29.44%나 급락했다. 지난 7월26일 2만2400원까지 내려간 이후 3만원 후반대까지 올라왔으나 다시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높은 기저효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5%p 하락한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 소식에 미소 짓던 업황이 중국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확산이라는 악재를 맞이하면서 위축되기도 했다.

파두의 경우 부진을 벗어나 상승세를 이어간다. 같은 기준 파두 주가는 3만7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 당일 종가를 뛰어넘은 데 이어 공모가 대비 21.77% 증가했다. 상승 동력 배경으론 최근 챗 GPT와 인공지능(AI) 섹터 부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SSD 수요가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파두 SSD 컨트롤러는 저전력⋅저발열 부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을 상위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스타팹리스에 포함된 점도 꼽힌다.

결국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기존 IPO 절차 때 알 수 있었던 기업가치와 달리 전반적인 증시 주도 섹터 영향과 대내외적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공모가 적정성 판단과 장·단기 투자에는 투자자 본인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권가는 공모주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중이라고 평가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적인 투자심리 회복과 공모주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평균 일반청약경쟁률은 586대 1로 크게 올라왔다”며 “9월 두산로보틱스가 공모주 청약에 들어가면서 파두에 이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어가 출현한다. 주가 반등으로 다수 기업들이 신규 상장에 나서면서 공모주 시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