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동결이 결정됐다. 그러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매파적 발언’이 국내를 포함한 세계 증시에 충격을 줬다. 사실상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해 가졌던 기대감이 뒤집힌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증권가에선 연준의 입장과 달리 실제 금리 인상보다 동결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9월 FOMC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한 뒤 다음 달인 7월에 0.25%p 인상을 단행한 이후 또다시 찾아온 동결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결정이다. 앞서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을 살펴보면, FOMC 회의 직전일 기준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99%로 전망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잭슨홀 연설에서 긴축의 시사를 기다릴 것이란 의지를 표명했으나,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금리 유지 결정이 추구하는 통화정책 기조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연준의 목표치인 물가상승률이 2%대로 되돌리기까지 멀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hawkish skip)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연준은 향후 정책금리 전망인 점도표 발표를 통해 올해 말 최종금리 중간값을 5.6%(5.5~5.75%)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과 동일한 수치이지만 현재 금리 대비 베이비스텝(0.25%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내년 금리 전망은 중간값 4.6%에서 5.1%로 상향 조정됐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가 계획이 아님을 강조했다”며 “다만 여전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당초 전망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점도표는 매파적으로 해석되기 충분했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매파적 동결 의사에 따라 뉴욕증시는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0.46p(-1.08%) 내린 3만4070.42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72.20p(-1.64%) 감소한 4330.0, 나스닥종합지수는 245.14p(-1.82%) 줄어든 1만3223.99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도 하락장을 이어갔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84p(-0.27%) 줄어든 2508.13으로 간신히 2500선을 유지했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3.33p(-0.39%) 내린 857.35로 장을 종료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의 점도표 상향 등 일부 매파적인 결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4%대에 진입했다”며 “미국발 부담 요인이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연준은 시장이 평균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에 비해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견해를 분명하게 밝혔다”며 “그 결과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 모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미 연준의 연내 실제 금리 인상보다 동결 가능성을 우세하게 평가한다. NH투자중권은 이에 대한 이유로 초과 저축 고갈 국면에서 발생한 국제유가 상승·학자금 대출 상환 등 근원 소비 둔화 요인, 주거비 저하에 연결된 근원 물가 둔화 흐름 등을 꼽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고 연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겠지만, 당사는 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동결 이후 추가 인상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근원물가 중심의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노동시장의 냉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매파적 동결로 인해 예상되는 장기금리 상승은 실물경기와 금융여건을 악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연준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