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이달 초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여파에 직격탄을 맞아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그러나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을 맞이하면서 종목별로 희비가 교차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주목되는 상황 속에 증권가는 수혜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을 거론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10월 중 대거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증시의 초점은 고금리 우려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여부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반도체가 꼽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99억달러를 기록해 실적 회복 기대감이 확대돼서다.
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겠다고 결정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정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는 별도로 건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사실상 미국 수출통제 적용이 무기한 유예된다.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2023 회계연도 기준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업황이 바닥을 지났고,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한 데다 산업 전반의 공급 감소는 수익성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며 바닥을 다지고 업황 회복만 남았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증권가는 오는 2024년 반도체 산업의 경우 투자의견 비중확대(Overweight)까지 제시한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전반적인 수요 회복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및 재고 수준 건전화 지속이 예상되는 점,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라 지연됐던 기업들의 설비 투자 재개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포인트로 짚은 부문은 공급 조절 완료와 수요 회복이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삼성전자의 감산 합류 이후 2개 분기를 지나면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9월부터 DDR4 D램 제품들도 가격 반등을 시작했고, 4분기에 추가 감산을 통해 낸드(NAND) 가격 상승도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은 메모리 가격 회복세가 이어져 세트(set) 업체들의 적정재고 보유를 위한 수요 회복도 예상된다"며 "당해년도 PC, 스마트폰, 서버 등 세트 수요는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가장 시선이 많이 가는 종목으로 반도체 대형주들이 꼽힌다. 우선 국내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4분기 D램, 낸드 가격은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반등이 점쳐진다. 아울러 2024년에 5세대 HBM(HBM3P)의 양산 및 매출 시기에 맞춰 실적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특히 D램은 올 4분기부터, 낸드는 내년 2분기부터 흑자전환이 추정된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는 당초 시장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질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은 올해 14조원 영업적자에서 내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가 거론된다. D랩 업종 내 아웃퍼품(시장 평균 수익률 대비 우위) 지속이 예상돼서다. 지난 2분기부터 시작된 SK하이닉스의 D랩 업종 내 아웃퍼폼의 근간인 HBM3, DDR5 우세 포지션은 단기적으로 훼손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업종 내 가장 빠른 실적 개선을 시현하고 있다는 점과 메모리 업계의 감산 지속에 따른 메모리 가격 반등 전망을 고려하면 주가의 하단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이 매크로 부진을 역행하는 성장성을 부여하고 있는 신규 전방이라는 점을 감안할 시 기존 전방 수요 회복이 겹치는 구간에서는 더 차별화된 밸류에이션 적용 논리가 성립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