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성격 은행株, 투자 적기일까

배당 성격 은행株, 투자 적기일까

“주주환원정책, 밸류에이션 상향 이어질 것” vs "신용 리스크 확대 큰 시기“

기사승인 2023-10-16 06:00:14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각 사

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배당주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배당주로 평가받는 은행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 모양새다. 그러나 증권가는 은행주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 KRX 은행지수는 649.04로 집계됐다. 이달 초 625.18을 기록한 이후 3.8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09% 오른 2456.15에 장을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이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 KRX 은행지수는 증시에 상장된 은행 업종의 주가흐름을 반영한 지수다.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해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제주은행 등으로 구성됐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은행주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인다. 우선 KB금융 주가는 13일 종가 기준 5만6600원으로 이달 들어 3.47% 올랐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5.07% 상승한 4만3500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각각 4.15%, 1.28% 상승했다.

이같은 오름세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긴축 공포가 불거지자, 방어주 성격과 고배당 성향을 갖춘 은행주에 대한 매수세가 증가한 것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를 약 1조원 넘게 순매도했으나 은행주는 120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은행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우선 은행주의 명확한 주주환원정책 제시로 밸류에이션 상향 국면 진입 가능성 확대에 따른 투자의견 비중 확대 의견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은행은 높은 자본비율과 선제적 대손충당금 지속 적립으로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 은행의 건전성 우려는 매번 제기되던 문제다. 이는 현 연체율이 금융지원 정책들로 인해 부정확하다는 인식과 부진한 부동산 시장으로 인한 대출자산 부실 가능성 대두 등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기인한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은행들은 양호한 실적으로 건전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는 게 메리츠증권 측 설명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올해 상반기 중 지난해 연간 실적의 60%를 달성했다”며 “물론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대손충당금 적립 산정 방식 강화, CET-1비율 요구 수준 상향 등 과거와 차별화된 방식의 건전성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양호한 실적과 함께 은행들의 주주환원율 상향 흐름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배당성향 추정치 기반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거나 예정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포함한 올해 은행 가중평균 주주환원율은 33.3%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27.5% 대비 5.8%p 상승한 수준이다.
 
조 연구원은 “은행들의 주주환원수익률은 지난 10일 기준 9.4%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높은 배당 매력도를 고려할 시 올해도 배당 랠리 기대감은 유효하다. 스트레스완충자본 등 추가자본 적립 이슈는 잔존하나, 은행들의 미처분이익 잉여금을 고려할 때 배당 지급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당성향 기준 미처분이익 잉여금 대비 현금배당금액 비중은 평균 10.9%다.

결국 주주환원정책은 은행들의 밸류에이션 상향으로 이어진다는 게 메리츠증권 측 평가다. 조 연구원은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 창출과 현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과거 위기 시기보다 낮은 0.33배인 점을 고려해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커버리지 은행주에 대한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통상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로 여겨진다. 

이같은 중립 의견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하반기 대응 차원의 접근을 권고한 바 있으나, 분기 배당이 모두 소요된 현시점에서 기업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평균 배당수익률은 3.5%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또 금리 상승은 건전성 악화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연이은 고점 갱신으로 국내 국채금리도 3년물 이상이 4%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은행주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이지만, 현재는 마진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 신용 리스크(Credit Risk) 확대 우려가 큰 시기라는 의견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3분기 실적은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소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 순익은 예상치를 하회할 유인이 높다고 판단되며 업종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배당 매력에 기반한 은행주 랠리가 나타난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국내외 매크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현저히 높아진 금리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세수 부족 이슈 등 감안했을 때 배당 성향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나 배당락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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