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형제들, 실적 악화...자회사 상장 영향은

에코프로 형제들, 실적 악화...자회사 상장 영향은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어닝 쇼크’ 실적에 주가도↓
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섹터도 부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피어그룹 시총 감소에 고평가 논란

기사승인 2023-10-17 06:00:31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올해 상반기 남다른 주가 상승세를 선보인 2차전지 관련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특히 대장주인 에코프로 그룹주의 낙폭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실적도 ‘어닝 쇼크’를 기록한 상황. 이는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4% 오른 83만5000원으로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같은 날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42% 하락한 24만2500원을 기록했다.

2차전지 대장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최근 조정 국면을 맞이했다. 상반기 큰 오름세를 시현했으나, 투자 심리가 점차 악화된 것이다.

에코프로 주가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상반기 1조9144억원을 순매수함에 따라 7월말 장중 153만90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45.74% 급감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마찬가지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최고 58만4000원까지 오름세를 시현했지만 현재 58.48% 떨어진 상태다.

특히 3분기 실적도 좋지 못하다. 당장 부진한 주가 흐름을 타파할 소재가 사라졌단 것으로도 풀이된다. 에코프로는 지난 13일 올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44억원, 65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었으나, 영업이익인 68.9% 줄었다. 

이같은 부진은 주력 계열사이자 수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에코프로비엠의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의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1조8302억원, 영업이익은 459억원이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6% 감소하면서 시장 예상치(1058억원)에 미치지 못한 ‘어닝 쇼크’의 실적을 나타냈다.

증권가에선 양극재 판가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원재료인 리튬 등 광물 가격 약세로 양극재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마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통상 양극재 업체는 2개월 정도 전에 원재료를 구입해 양극재를 생산한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광물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이익 역성장의 주원인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양극재 판가 하락”이라며 “4분기에도 양극재 수출 단가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태”라며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다른 2차전지 종목들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동일하다. 전날 종가 기준 2차전지 양극재 소재 기업은 엘앤에프는 15만8000원으로 고점은 34만9500원 대비 54.79% 내렸다. 같은 기준 포스코퓨처엠 주가도 69만4000원에서 51.73% 하락한 33만5000원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 에코프로 그룹주의 부진과 2차전지 섹터의 조정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기술 연구개발과 함께 이차전지 핵심 소재 산업을 개척해 온 기업이다. 현재는 전기차(EV) 및 Non-IT 기기에 탑재되는 하이니켈 전구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25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 NH투자증권은 증권보고서에서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 코스모신소재와 중국 CNGR을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산정에는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방식이 적용됐다. 해당 방식은 주가수익비율(PER) 방식과 달리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의 이익이 적용된다. 당시 피어그룹의 올해 반기 연환산 기준 EV/EBITDA 평균치 76배를 대입한 후 할인율 14~32.3%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 밴드를 3만6200원~4만6000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피어그룹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공모가 변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주관사들은 올 반기 연환산 기준 EV/EBITDA 평균치를 67.5배로 변경했다.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10.9~26.7%로 바뀌었다.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하단은 동일하나 상단이 기존 4만6000원에서 2000원 내린 4만4000원으로 조정됐다.

아울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다시 조정한 공모가 할인율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 평균 공모할인율인 23.1~36.4%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이번 공모가 변동은 피어그룹의 시가총액 감소로 인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가액 고평가 논란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2차전지주들의 주가 조정에 따라 눈높이를 다소 낮춘 셈이다. 결국 현 2차전지 섹터의 상황이 상장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 종목의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양극재 업체들의 주가는 개인 투자자, 신규 ETF 출시, 숏 스퀴즈 등 수급 요인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며 “이후 올 3분기 실적 부진, LTP 배터리 점유율 확대 우려 등으로 지난 8월부터 발생한 큰 폭의 주가 하락은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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