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취약한 경기 서북부의 응급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일 일산병원은 병원 대강당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 개소식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하는 책임 응급의료기관이다. 중증 응급환자 진료를 담당하며 재난 대응에서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일산병원은 지난 5월 복지부 권역응급의료센터 추가 공모에서 응급환자 진료 실적, 지역 응급의료 서비스 기여도 등 종합 평가를 통해 지난달 24일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최종 선정됐다.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전국 42번째 지정으로, 명지병원과 함께 경기 파주시, 고양시, 김포시 등 경기 서북부 지역과 인천 강화군의 응급의료체계를 아우르게 됐다.
그간 경기 서북부 진료권 의료기관은 중증 외상과 응급질환에 있어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환경이었다. 일산병원에 따르면, 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인한 경기 서북부 관내 의료 이용률은 각각 20.8%, 9.1%로 낮다. 관내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주변 외부 지역으로 환자가 이송됐다는 뜻이다.
특히 병원으로 이송된 파주시 환자 중 54.7%는 파주시 소재 병원이 아닌 고양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경기 서북부 지역의 응급의료체계는 권역센터 2곳과 지역센터 8곳, 지역기관 4곳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신응급질환 진료가 가능한 곳은 4곳에 불과하며, 달빛어린이병원은 5곳이다.
이에 일산병원은 ‘완결형 권역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한 응급환자 진료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응급 전용 중환자실과 입원 병실, 응급의료센터 연결 하이브리드 수술실 전용 엘리베이터, 음압소생실 등을 설치했다. 또 외상외과 전문의와 중환자 세부 전문의로 구성된 중증외상팀을 운영하고 심뇌혈관질환센터, 재관류 치료 뇌졸중센터 등을 갖췄다. 아울러 진료권역 내 유일하게 소아외과 전문의를 보유해 소아 응급수술이 가능하다. 소아청소년과 응급 당직 전문의를 상주시켜 진료 공백을 만들지 않을 방침이다.
일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창훈 일산병원 진료기획실장은 심포지엄 발표에서 “시설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응급의료센터가 효율적으로 잘 운영되려면 결국 이 안에서 일하는 사람과 시스템 운영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배후 진료과 인력을 갖추고 지역 내 응급의료를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이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 응급의료체계를 잘 운영해야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의료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역거점병원으로 기능하는 병원들조차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수한 의료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에서 명지병원에 이어 두 번째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만큼 중증 응급환자들이 병원을 못 찾아 외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타 병원과의 상호보완적인 관계도 강화하겠단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진료기획실장은 쿠키뉴스와 만나 “고양시 내 병원들은 경쟁 관계이면서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잘 맺어져 있다. 소아 응급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말마다 각 병원 전문의들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서로 의견과 생각을 공유한다”며 “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일산병원은 국내 유일 보험자병원이자 공공병원으로서 좋은 시스템을 개발하면 타 병원에 공유·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김성우 병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어느 순간에 위급한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이 중요하다”며 “일산병원은 병원 슬로건처럼 ‘바르고, 다르고, 스마트하게’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를 확대해 최종 의료를 책임지는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제공 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