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충을 추진 중인 정부가 병원계를 만나 필수의료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병원계는 의대 확충에 공감을 표하며 늘어난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 의료 현안 관련 병원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대의료원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고려대의료원장), 오주형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경희대병원장),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동군산병원 이사장),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하나이비인후과 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안상훈 사회수석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필수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제때 치료 받으려면 각 지역에 필수의료 역량을 갖춘 우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해당 지역 출신의 지역 내 정착 비율이 65%인 점을 고려한 필수의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성규 회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사 인건비는 올랐으나 중증·응급 필수의료 분야일수록 의사 채용을 못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 중소병원에서 가장 심하다”라며 “필수의료 인력이 개원가로 이탈되는 상황과 진료량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사태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지역 병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인력 확충 정책이 의학 교육 현장의 과부하와 수련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준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윤동섭 회장은 “교육의 질이 우선 담보돼야 하며 훈련 받은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라며 “지난 7월부터 병원협회 차원의 테스크포스(TF)가 가동 중으로 조만간 범병원계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오주형 회장은 “의사 부족 현상이 전체 진료과, 수도권 대학병원까지 확산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며 “다만 2020년 증원 추진 시 사회적 갈등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의료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와 병원계는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상호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지금 보건의료의 위기는 필수·지역의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인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반적으로 부족한 데에서 기인한다”며 “구인난 등 병원 현장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필수의료에 남아 헌신하는 의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해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누적된 의료현장의 문제를 함께 돌아보고,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시스템 혁신에 병원계에서도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