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포화 직전 상태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부딪혔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 수출하는 ‘탈원전 폐기’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 여야는 여전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에 대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과거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에서 13년간 근무한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사업에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전 10기를 더 수출하고, 국내에도 원전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고개를 젓는다. 당장 기존 원전에서 쌓여가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3일 쿠키뉴스가 만난 박종운 교수는 원전 수출보다 핵폐기물 처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고준위 특별법을 내세워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 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을 건설할 절차 등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법 제정보다 부지 선정이 문제라고 본다. 그는 “프랑스나 캐나다 등 여러 나라도 부지 선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민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라며 “서울은 반대가 심하니 지방에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 수도권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면서 왜 쓰레기는 지방으로 보내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2050년까지 (핵연료 처리)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2050년에 완성될 기술이면 진작 완성되어야 한다. 원전이 처음 나온 것이 1950년이다. 대체 어떤 연구가 100년씩이나 걸리나. 우리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듯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쌓아 두는 방법밖에 없는 원전 산업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박 교수는 이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고, 원전 수출에 목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원전 사업, 침몰하는 배일까
게다가 원전 수출은 투자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 원전은 정권이나 경제 상황, 국제 정세 등에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아 리스크도 크고, 이득을 보기가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원전 수출이라는 단어보다는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며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까지 10~15년, 길게는 20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정부가 수주에 성공한 UAE 바라카 원전도 아직 이렇다 할만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내 원전이 기술력이 뛰어나 수출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이다. 그는 “중국이 기술력이 있지 않은데도 17기 정도 수출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지만,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기술이 뛰어나다거나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은 성과로 보여줘야 하는데, 한국은 터키와 폴란드 등 수출에 전부 실패했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 업계가 밀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산업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미국 원전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첫 번째 소형모듈원전 프로젝트가 무산 위기에 놓인 사례가 만들어졌다”며 “전력 수요자는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비용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당장 가동 중인 원전을 죄다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전은 비용 대비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무시하기 힘든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박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원전 산업이 전망이 밝고 큰 가능성을 가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할 만한 이상적인 방법은 없다. 현실적으로 향후 50년동안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면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하기 전 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그 변곡점이 만들어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