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6일부터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가운데, 오는 11일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와 17일 총궐기대회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양측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범대위)는 이날 밤 10시부터 7일 오전 8시까지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 천막농성장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와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6일 의협은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범대위를 구성한 바 있다. 이번 철야 릴레이 시위는 범대위의 첫 공식 행보다. 용산 대통령실 앞 릴레이 1인 시위는 30분씩 교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의협은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여부를 조사하고, 17일에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필수 범대위 위원장(의협 회장)은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 추진을 저지해 의료붕괴를 막아내겠다”며 “정부가 소통의 문을 닫고 일방적으로 나올수록 의료계 역시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협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자 정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열린 제2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정책패키지 등을 논의하고 있는 도중에 의협이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협의의 한쪽 당사자로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의대 정원 논의 안건을 협의체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의료계를 달랬다. 정 정책관은 “의사가 없어 운영을 못하는 지방 소아응급의료센터,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과 의료사고 부담으로 오랫동안 진료한 과목을 떠나는 의사,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들, ‘소아과 오픈런’에 지쳐가는 부모 등 해법을 찾아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며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할지, 어느 분야, 어느 지역에서 인력이 부족한지 등을 오늘(6일)부터 협의체에서 과학적 근거와 통계를 기반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월부터 양측이 꾸준히 만나 20차례나 협의체를 이어오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가 쌓여왔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대안인지 절충하면서 앞으로 논의를 지속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 측 협상단 대표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선진국 사례나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대 정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단 뜻을 고수했다. 양 의장은 “지난 협의체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이유 중 하나로 국민 대다수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교육이나 의료 등 국가 미래 정책은 국민 여론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는 국민 전체의 건강과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으로 선진국 사례나 전문가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협의체에선 필수의료 분야 의료 사고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정책관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부담이 크다고 한다”며 “무엇보다 의료 사고는 의사와 환자 양측이 모두 고통 받는 문제로, 의사와 환자를 모두 고려한 합리적 방안을 균형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