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부진과 공급과잉 우려가 겹치며 내년에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4개 석유화학기업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수요부진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8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올 초 업계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요 증가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불안정성이 확대되며 수요 증가 폭이 일부 제한됐다.
올 상반기 국내 석유화학제품 생산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생산시설 가동률의 하락과 국내외 수요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의 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를 밑돌자, 국내 석화업체들은 생산시설 가동률 하향 조정 및 생산시설의 정기보수를 집중 추진했다. 품목별로는 화학섬유와 타이어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합성원료와 합성고무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2023년 3분기 실적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석화업계는 2023년 3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긍정적 래깅효과(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이 커져 발생하는 것) 등에 힘입어 직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그러나 절대 이익 창출 규모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2021년 4분기부터 하향세를 보였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한 이후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됐다. 지난해 4분기에는 합산 영업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소폭 회복되긴 했지만, 과거 수익성보다는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게다가 올 3분기 기간 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며 2023년 10월초 배럴당 96.1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10월부터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4분기에는 2분기와 비슷한 유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수익성은 당분간 계속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 기조와 수요 약세가 계속돼 석유화학 업계 불황은 내년까진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에틸렌 계열 증설 물량이 감소해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라 국내 업체 수익성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석화 부문 외에 다른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존에 하던 분야를 벗어나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은 대내외적 요소를 고려해 다각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