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없는 천사 뜻 따라 나눔 동참 주민 늘어
- 이승로 성북구청장 “천사가 보낸 쌀은 취약계층엔 든든한 밥심, 국민에겐 훈훈한 감동”
“어려운 이웃이 든든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와 함께 올 해로 14년 째 얼굴 없는 천사의 변함없는 사랑이 전달되었다.
10일 아침 얼굴 없는 천사가 2024 갑진년에도 어김없이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 20kg 포장쌀 300포를 보내왔다. 2011년 시작해 14년째로 올해까지 총 4,200포, 쌀 무게 84톤, 싯가 2억1천7백여 만 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번에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6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가 전부였다.
천사의 전화를 받은 월곡2동 주민센터 한 직원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천사가 쌀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는 하고 있었다” 면서 “천사의 전화를 받고서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존경과 감사 그리고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되어 안도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천사의 쌀 300포를 실은 트럭을 맞이하고 쌀을 내리는 일은 이제 월곡2동의 연례행사가 되었다. 해마다 천사의 쌀이 도착하는 새벽이면 월곡2동주민센터 앞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산책하던 주민, 군인 등이 일렬로 서서 쌀을 나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트럭에서 내린 쌀 포대를 나르던 월곡2동 주민 이금자씨는 “올 해도 우리 마을을 위해 보내주신 선물” 감동이라며 “얼굴 없는 천사님 건강하시고 더 큰 복 받기를 빈다”고 말했다. 오수미 월곡2동장은 “월곡2동 기부의 마중물이 되어주신 천사님의 뜻을 새겨 주민들이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의 인사를 전했다.
천사의 뜻을 따라 상월곡실버센터의 어르신부터 지역어린이집 어린이까지 월곡2동은 물론 성북구 전역에서 다양한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선행이 이어지면서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구인지 좀 알려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드러내지 않고 나누며 살고자 하는 천사의 뜻을 존중해 성북구는 천사에 대한 수소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트럭에서 쌀 300포대를 다 내린 후 이승로 구청장은 얼굴없는 천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담아 주민대표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물가 급등, 오랜 경기침체로 소외이웃이 더욱 큰 고독감 속에서 지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월곡2동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소외이웃에게 마음 따스한 이웃이 있다는 정서적 지지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도움을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이를 돕는 선행의 선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천사의 뜻을 더욱 잘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