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인심도 넉넉
- 모란장은 전국 최대 규모 5일장
“뻥이요~”
뻥튀기 젊은 사장이 큰 소리로 외치자 손님과 대목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일제히 귀를 막고 긴장한다.
윤귀현(93) 할아버지는 막내아들 민수(52) 씨가 가스 불을 빼자 노련한 솜씨로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연다. 이내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튀밥이 그물망에 가득 담기고 흰 연기가 오색 파라솔 안을 가득 덮는다. 구수한 ‘튀밥’ 냄새와 함께 긴장이 풀린 어린이들과 구경꾼들이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30년 넘게 모란시장에서 두 아들과 함께 뻥과자를 튀겨온 윤귀현 사장은 “뻥튀기는 기름과 색소, 조미료로 잔뜩 버무린 과자보다 곡식을 그대로 튀겨 건강식에다가 가격도 저렴”하다며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드러냈다.튀밥을 담던 큰 아들 영수(58) 씨는 “오늘은 대목장이어서 손님이 너무 많은데 뻥튀기는 기계에서 나오는 시간이 있어서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내야 해 너무 미안하다”며 “가급적 대목장을 피해달라고 부탁한다.
‘설 대목장’ 맞아 시민도 상인도 넉넉한 하루
우수 경칩도 오기 전 입춘인 4일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다. 요즘처럼 삭막한 도시에 사람 냄새 훈훈한 정이 넘치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갑진년 설날 연휴를 닷새 앞둔 4일 성남 모란전통시장을 찾았다. 4일은 휴일에다 설 대목장(4,9장)이다.
설 대목장이 열린 모란시장은 인산인해다. 설 대목에 맞춰 상인들은 가게마다 한가득 물건을 쟁여 놓았다. 모란시장 주차장을 5일 장이 서는 날이면 파라솔과 천막을 치고 큰 장이 선다. 모란 전통시장은 물론 길 건너 5일장이 서는 주차장에는 설 명절 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과 시장구경에 나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달콤 바삭한 가지가지 강정들이 손님들의 발길을 잡고 짭조름한 진미채를 맛보며 충동구매도 해 본다. 인심 가득한 즉석 인절미를 파는 떡집에 진열된 떡들과 잃었던 입맛 돋우는 싱싱한 젓갈들... 심심풀이 사탕과 형형색색 젤리들도 지나는 시민들을 유혹한다.
활어도 많고 싱싱한 선어도 넘쳐나지만 명절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동태전이 최고라며 꽁꽁 얼어붙은 동태포를 뜨기 위해서 줄지어 순서를 기다린다. 귤과 한라봉, 천혜향 등 시큼함이 사라진 만감류와 금값보다 비싸다는 사과가 어디서 그리 많이 나놨는지 과일가게에 가득하다.
명절마다 인기 넘치는 굴비들도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국화빵과 호떡, 어묵 떡볶이 등 군것질 거리도 넘쳐난다.
모란시장에서 평생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오늘은 일손이 부족해 며느리까지 나와서 돕고 있다. 힘은 들지만 그만큼 돈도 많이 벌려 열심히 생선을 팔고 있다”면서 “장사를 마치면 며느리에게 용돈도 두둑이 줄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국내 최대 5일장 “모란장”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모란전통시장은 수도권 전철인 수인·분당선, 서울 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 앞에 있다. 이 모란시장은 6,25 전쟁 후 모란개척단의 김창숙(金昌叔)이 1962년에 만든 시장으로 알려졌는데 ‘모란’이라는 이름은 그의 고향인 평양 모란봉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으로 유명한 성남 모란시장은 서울에 인접해 있고 교통도 편해 장이 서는 날이면 평소에도 늘 인파로 북적인다. 평택에서 온 이우민(41) 씨는 “성남에 사는 어머니를 뵈러 왔다가 마침 대목장이어서 아이들에게 장날 구경도 시켜 줄 겸해서 왔다”면서 “생각보다 큰 장이 서니 살 것도 많고 아이들이 좋아해서 조금 더 돌아보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란시장에는 고추와 마늘 등 밭작물은 물론 각종 제수용품들이 주위 산지로부터 모인다. 서울에 인접해 있어 각종 공산품도 많이 나와 있다. 설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시민을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 사라진 옛 장터도 구경하고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설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저녁시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남=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