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보유 중인 국내 금융지주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금융주들이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높은 주가 상승세를 선보인 게 배경으로 추정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이 KB금융 지분 1.2%(5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의 매각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주관사가 제시한 매각가는 전날 종가인 6만7300원에서 2~4% 할인된 6만4608~6만5954원 선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총 매각 규모는 약 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등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은 산하 운용사인 킹스맨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 2020년 KB금융이 발행한 24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에 투자했다. 당시 칼라일은 계약에 따라 KB금융 지분 1.2%를 확보했다. 이번 블록딜에 성공할 경우 투자 차익은 약 800억원대로 예상된다.
또 다른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최근 보유 중인 신한지주 지분 일부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520만주로 주당 4만3150원에 총 매각가는 약 2243억원에 달한다. 당시 매각 주관사는 UBS가 맡았다.
이같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금융주 매각은 저 PBR 테마 양상 수혜를 입어 주가 오름세를 보이자, 차익실현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주들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에 속해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에 저 PBR 종목이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전날 종가 기준 KB금융과 신한지주 주가는 한 달 새 각각 27.5%, 17.7% 올랐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관점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1차 반영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며 “일본이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한 증시 부양책을 한국은 2월에 모두 발표해야만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대를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일본 증시 대비 정책 기대감이 더 빨리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