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자산관리 키워드는 “멀리보는 자세와 연금” [쿠키인터뷰]

청년 자산관리 키워드는 “멀리보는 자세와 연금” [쿠키인터뷰]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인터뷰

기사승인 2024-02-18 15:00:02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먼 길을 갈 때는 속도보다 방향이다. 빠르게 달려간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바라보면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김동엽 상무는 16일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산관리 방법을 고민하는 청년층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김 상무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투자와연금TV’의 ‘연금톡톡’에서 다양한 콘텐츠 기획·제작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김 상무는 관련 업계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청년층 ‘인적·시간 자산’ 활용 필요…“연금계좌 통한 장기저축이 해법”

청년층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자산관리와 투자 방법이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만큼, 초기부터 확실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미래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자산이라고 정의한다면, 청년들에게 있어 가장 큰 자산은 ‘인적자산(Human Capital)’이라고 강조했다. 인적자산은 미래에 벌어들일 잠재적 소득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것을 말한다.

김 상무는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과 인적자산을 합쳐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하면 젊어서는 모은 돈이 많지 않지만, 미래에 벌어들일 돈은 많다. 금융자산은 별로 없고 인적자산은 많다는 것”이라며 “인적자산이 채권의 성격을 띈다면, 포트폴리오가 채권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따라서 얼마 되지 않는 금융자산은 주식 등에 투자해도 크게 위험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적자산의 크기는 점차 감소한다. 반면 금융자산의 규모는 차츰 늘어나게 된다. 그는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인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나가는 과정이다”라며 “채권의 성격을 가진 인적자산의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금융자산 내 채권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자동으로 해주는 금융상품으로는 TDF(Target Date Fund)를 꼽을 수 있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TDF는 목표시점까지 남은 시간이 많을 때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이후 목표시점이 임박할수록 그 비중을 자동을 줄여주는 금융상품이다. 

청년층이 보유한 또 다른 자산은 바로 시간이다. 의학과 산업 발달로 장수시대에 접어들었다. 하루빨리 노후준비를 시작하면 복리효과로 보다 수월하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노후대비와 같은 장기저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통상 긴 기간의 저축은 시간 경과에 따른 피곤함에 단기 저축 상품보다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김 상무는 “그래서 중도에 해지하기 힘든 연금계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연금저축·IRP와 같은 연금계좌를 활용하면, 한 해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저축할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소득 크기에 따라 13.2% 또는 16.5%를 적용한다. 그리고 운용기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액공제를 받고 저축한 돈과 운용손익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 연금수령액에는 3.3~5.5%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연금계좌에 저축할 때 저축액의 13.2% 또는 16.5%에 해당하는 세금을 환급받은 점, 일반 금융상품에 발생한 이자와 배당에 15.4%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3.3~5.5%의 연금소득세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연금계좌 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중도에 해지하면 16.5%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연금계좌 적립금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저축 가입자는 한 해 6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저축할 수 있다. IRP와 합칠 경우 900만원까지 늘어난다”며 “다른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연금저축과 IRP의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격적 투자성향’ 청년층, “단기 수익률 치중보단 멀리 봐야”

최근 몇 년간 20·30대 청년층은 영끌·빚투 등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보였다. 사회 문제로도 부각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3년 7월까지 5대 은행과 6대 증권사에서 청년층 세대가 낸 빚은 133조8093억원에 달한다. 주식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도 각각 46조890억원, 3조7709억원을 기록하는 등 빚투를 위한 부채도 높았다.

김 상무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저금리로 인해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에 저축하는 것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건 만만히 않았다”며 “이같은 상황에 코로나 이후 주가, 가상자산, 부동산 등의 가격이 급등하자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투자성향 외에도 청년층은 단기 수익률에 치중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비단 청년층에 국한되지 않은 모든 연령대의 투자자들에게도 해당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 ‘시계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게 김 상무의 조언이다.

김 상무는 “대다수의 투자자는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길 바란다. 그래서 지나치게 자주 자신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조금 수익이 나면 주식을 처분하다 상승세를 나타내면 다시 매입 후 손실을 보는 일을 겪는다”며 “이런 일을 몇 번 반복하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래전 배우 한석규가 나온 한 통신사 광고를 예로 들었다. 김 상무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며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 현황을 자꾸 쳐다본다고 수익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일 때가 많다. 투자 성과를 높이려면 잠시 꺼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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