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준과 ‘주먹구구’ 보상 체계로 살처분 농가들이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 지급요령 산정 자료 중 하나인 ‘월령별 한우 표준체중’이 11년 전 기준에 멈춰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지급요령’ 고시에 따르면 한우·육우는 보통 체중(㎏)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정한다. 살처분 개체는 전염 우려로 일일이 체중을 재지 못한다. 이 경우,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의 ‘월령별 한우 표준 체중’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월령별 한우 표준 체중은 2013년 이후 새롭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우의 몸집은 지난 11년간 개량을 통해 더욱 커졌다. 60개월령 암소의 지난 2010년 평균 체중은 484.1㎏이었으나, 2019년 522.5㎏으로 40㎏가량 늘어났다. 현재 한우의 평균 체중이 10년 전보다 70㎏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가로서는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살처분 젖소의 보상 기준이 되는 ‘농협조사 산지가격’도 문제다. 농가에 따르면 최근 경기 지역의 젖소 초산우 가격은 현재 450~580만원 수준이다. 반면, 지난 20일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347만원이다. 경기 수원 250만원, 충남 천안 260만원, 전북 정읍 337만원, 경남 양산 350만원, 경기 포천 470만원 등이다.
차이는 왜 발생할까. 산지 가격은 각 지역 축협에서 조사한다. 한우와 달리 젖소는 공식적인 매매 시장이 없다. 보통 개인 거래나 소 중개상을 통해 진행된다. 매매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다.
일부 축협에서는 아는 소 중개상이나 목장주를 통해 시세를 조사한다. 알음알음 산정하다 보니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같은 도 내에서도 솟값이 2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이유다.
한 축협 관계자는 “현재 도내 젖소 초산우의 평균 가격은 400만원대 후반이다. 6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며 “200만원대 중반으로는 가격이 형성될 수 없다. 해당 지역에서 잘못 기재했을 것”이라고 의문을 표했다.
실제 지역의 시세가 아닌 임의 가격을 기재하는 곳도 있다. A 축협에서는 농협중앙회 유통정보망에 올라오는 전월 전국 평균 시세를 토대로 솟값을 적는다고 밝혔다. A 축협 관계자는 “한우와 달리 젖소의 지역 내 거래 가격은 알 수 없다”며 “항상 이렇게 기재해 왔다. 다른 축협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문제가 있다면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월령별 한우 표준 체중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연구 갱신을 통해 새롭게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농협 산지가격이 실거래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 이후 개선점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