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 전망도 첩첩산중인 모양새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높아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7.8% 급감한 298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8.8% 줄어든 511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 등 업황에 따른 손익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실적 부진 배경에는 지속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과 손실 등이 꼽힌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보수적 충당금 적립을 적극 유도한 점도 배경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이후 사업장 재평가와 보수적 시나리오에 기반한 충당금 적립을 유도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도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태로 분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1조원을 상회한다. 이예리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할 때, 대규모 손실인식을 단행한 것이 실적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투자목적자산 7조5000억 가운데 지난해 4분기 3500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미국과 유럽, 홍콩 등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서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 48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프랑스 마중가 타워는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인식됐다.
시장 변화에 따른 투자 손실과 함께 내부 조직문화도 실적 하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미래에셋증권 고위 관계자는 “성과나 능력에 따른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임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을 가로채거나 임원진 사이의 음해, 줄타기 등 건전하지 못한 조직문화가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조직 문화는 내부통제 우려도 불러온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개인계좌 수익률 조작 관련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건에 대해 “허위보고 내지 보고 누락 고의성 등을 검사해서 최대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미래에셋증권 전 자산관리 전문가(PB) A씨는 지난 2011년부터 약 11년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수익률 10%가 보장되는 비과세 펀드라고 속여 가입을 유도한 후 총 734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자체감사를 통해 이 사실을 발견하고 해임조치를 단행했으나,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조직문화 지적은 일부의 인사 불만 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임원진은 한 조직을 이끄는 조직장이다”라며 “조직장에 대한 평가는 실적 목표치 달성과 상위 직급의 리더십 평가, 소속 직원들의 조직장 평가 등 다방면으로 점수를 책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중심의 임원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명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