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관북리유적 백제 사비기 왕궁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지 유물 폐기층과 수혈유구에서 칠피갑옷을 발굴했다고 27일 밝혔다.
관북리유적은 백제 대형 전각건물지와 연못지 등 왕궁 관련 중요 유구가 확인된 곳으로, 지난 21일부터 16차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 조사에서는 백제 사비기 건물지 세 개 동이 남북방향으로 길게 확인됨에 따라 궁이나 사찰에서 주로 나타나는 중심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길게 만든 장랑식 건물 등 위치와 규모를 고려할 때 왕궁 내 조당 공간의 일부로 추정된다.
칠피갑옷은 옻칠된 가죽을 연결해 만든 것으로, 발굴팀은 최초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단정할 수 없었으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 구멍을 확인, 이후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옻을 칠한 갑옷임을 확인했다.
출토된 칠피갑옷 6점 중 2호 수혈유구에서 확인된 갑옷은 잔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체 크기는 잔존 폭 18.2㎝, 잔존 너비 49.2㎝이고, 개별 미늘 길이는 7.5~7.8㎝, 너비 4.2~4.4㎝,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원형 구멍은 0.2~0.3㎝이다.
또 2호 수혈유구 주변 기와 폐기층에서는 안장 부속품 중 등자가 출토됐고, 3호 수혈유구에서는 말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유체도 나왔다.
이런 주변 출토유물 상황과 갑옷 형태를 고려할 때 2호 수혈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으로 추정된다.
백제시대 문화층에서 칠피갑옷이 출토된 사례는 2011년 공주 공산성 발굴 이래 두 번째다.
또 관북리유적과 공산성 칠피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이 함께 출토된 것으로 볼 때 백제 멸망 당시 혼란한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수습한 칠피갑옷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보존처리와 함께 백제 사비왕궁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수행할 계획이다.
정부대전청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